“전주로 유학오세요 ‘글로벌 영화·영상 거점 도시’ 찍고 ‘교육 혁신 도시’로 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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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범기 전주시장-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영화로 지역 교육 특성화 혁신’ 주제 대담
우범기 시장 “전주국제영화제가 전주 브랜딩, 지역 교육 혁신 판 바꿔”
정준호 집행위원장 “전주 청소년과 학생들이 교육적 혜택 보도록 노력할 것”
K-영화·영상 아카데미 운영과 영화 인재 진로 체험 프로그램 사업 추진
쿠뮤필름 전주에 아시아 제2스튜디오 건립 추진… 전주대와 인턴십 프로그램 교류
영화제 유산과 시설은 대학 활용… 배우와 감독은 학생들에 재능 기부

우범기 전주시장(오른쪽)과 배우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21일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만나 영화제가 전주 지역 교육 생태계의 변화를 이끈 성과와 향후 교육 도시로 가는 과정에서 영화제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전주시청 제공
우범기 전주시장(오른쪽)과 배우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21일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만나 영화제가 전주 지역 교육 생태계의 변화를 이끈 성과와 향후 교육 도시로 가는 과정에서 영화제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전주시청 제공
지역에서 대학이 갖는 가치는 정말 크다. 대학의 활성화는 청년 유입과 신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거의 모든 지역 현안 해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대학이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관건은 차별화다. 이목을 끌면서 탁월해야 한다. 그렇치 못하면 청소년과 젊은 인구가 오질 않고, 자칫하면 있던 주민마저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된다.

정부의 ‘글로컬 30 대학’ 사업과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가 시행되면서 지방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혁신에 나서고 있다. 특정 산업과 연계해 지역을 독특하게 브랜딩하면서 대학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대학은 교육의 질과 수준을 높인다. 지방자치단체는 대학의 특성화 교육을 특정 산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북 전주시에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지역에 뿌리내리면서 영화와 영상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전주의 인지도와 문화적 위상도 높아졌다. 영화 도시 브랜드로 강하게 인식되면서 지역 대학이 반응하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과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21일 전주시청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영화 도시 전주’와 ‘교육 도시 전주’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지역이 발전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영화제가 전주의 교육에 스며들면서 여러가지 성과를 내고 있는 데에 주목했다.


-전주국제영화제로 전주가 ‘영화·영상 산업 수도’로 ‘브랜딩’ 됐다. 전주국제영화제가 교육의 도시 전주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우범기 전주시장
우범기 전주시장
우 시장= 전주국제영화제는 ‘독립영화의 장’이라는 정체성이 있습니다. 정준호 집행위원장의 노력으로 영화제가 시민 곁으로 더 가까이 갔고요. 대중성을 확보했습니다. 학생, 젊은 층과 더 강하게 연계가 됐죠. 이 자체가 지역 교육의 판을 바꾸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께서는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마음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신 건강은 생산적인 국가경제력을 좌우한다고도 해요. 정서 활동, 교육의 확장성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올해 26회째 열리는(4월30일∼5월9일) 전주국제영화제가 전주의 정서를 어루만지면서 교육의 기회를 넓혀주고 있습니다.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정 위원장= 지방 도시의 경우, 학생이나 젊은 층들이 대부분 대도시로 떠납니다. 한 번 떠나면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지역 산업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해줘야 할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전주도 비슷했는데요. 그래서 전주국제영화제를 어떻게든 관심 끌게 하고 싶었습니다. 전주를 영화·영상 도시로 표방하고, 매력과 비전이 있는 도시라고 알렸고요. 전주시는 지난해 10월 ‘2034 영화·영상 산업 비전(전주시 5750억 원 투입)’을 발표하면서 전주를 ‘영화·영상 찍기 좋은 도시’에서 더 나아가 ‘영화의 메카’로 브랜딩 수준을 한 차원 더 올렸죠. 이 중심에 청소년, 학생들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들에게 영화제가 어떤 ‘베네핏(혜택)’을 줘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영화제는 국가 세금으로 운영이 됩니다. 지역 시민들께서는 내 아들, 딸들에게 영화제가 교육적 도움을 주기를 기대하시리라 봐요. 학생들이 영화제를 통해 미래 갈 길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제 대중성 확보를 위해 많이 뛰었습니다.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한항공, 현대자동차, 농심 등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들의 후원을 이끌어냈습니다. 어려운 독립 영화계를 도왔고요. 기업들이 단발이 아닌 지속적으로 영화제에 투자하면서 지역 학생, 대학과 접촉 빈도를 늘릴 수 있는 문화 스킨십도 유도했습니다. 이렇게 영화제로 번진 파급력을 통해 교육이 더 혁신했으면 합니다.

-‘영화제로 전주에서는 특별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겠다’ 싶은 성과가 있다면.


우 시장= 영화·영상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체험 학습을 하며 작품 기획과 제작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습니다. ‘반지의 제왕’, ‘아바타’, ‘뮬란’ 등을 찍은 세계적 촬영소인 뉴질랜드 쿠뮤필름이 아시아 제2스튜디오를 전주에 세우려고 지난해 전주에 한국 법인을 설립했어요. 현재 쿠뮤필름 스튜디오는 전주시 상림동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위탁 운영하면서 뉴질랜드와 전주대 학생들의 교류를 지원하는 인턴십 프로그램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영화 제작 환경을 경험하는 거죠.

-전주시는 지난해 ‘교육 발전 특구 시범 지역’으로 선정이 됐다. 지역 교육 혁신이 기대된다. 영화제가 어떻게 지역 교육 생태계와 융합해야 할까.

우 시장= 교육 발전 특구로 가는데 있어서 영화제가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영화제가 축제의 성격을 넘어 지역 대학과 교육 기관과 연계하면서 맞춤 인재 양성에 기여를 해야 하니까요. 일자리도 늘고 산업이 커지면서 다른 지역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전주만의 교육 모델이 정착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자체, 교육청, 공공기관 등도 영화와 맞닿는 교육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영화·영상 산업 분야에서 고교, 대학생 실습 역량 강화형 도제식 프로그램, K-영화·영상 아카데미 운영, K-영화 인재 진로 체험 프로그램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주에선 영화와 교육 연계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진행된다.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일반고, 특성화고, 대학생을 위한 특화형 비주얼 프로덕션 인재 양성 교육 ·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전주교육통합지원센터는 관내 초, 중, 고교 학생을 위한 영화·영상 진로 탐색 캠프를 운영하고, 원스톱 영상미디어 진로 체험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우 시장은 “학교, 대학의 독자적 혁신만으로 실질적 지역 발전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는 학교, 대학과 산업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로 지속 가능한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 교육 차원에서 영화가 참 묘합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되는 영화는 대체로 적은 돈을 들여 만듭니다. 젊은 영화인들이 주로 제작을 해요. 스토리는 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젊은 사람들의 사는 얘기, 그리고 고통과 절망에서 어떻게든 살려는 의지, 거기서 얻는 작은 희망을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면요, ‘이 세상 젊은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들의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라고 알게 돼요. 전주의 청소년과 학생들은 이런 영화를 자주 접할 수 있잖아요. 영화가 주는 현실 세계, 교훈을 빨리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환경이 교육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전주의 학생, 젊은이들 앞에 글로벌 스튜디오 등이 계속 찾아오고 있습니다. 영화제가 기폭제가 되어 하나씩 지역에 채워지는 인프라는 어떤 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교육 특구로 전주는 안성맞춤입니다.

-생존 위기에 처한 지역 대학으로선 구세주 만난 것 같겠다.


우 시장= 지난해 9월 전북대가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7개 대학과 인재 교류 협약을 맺었고요. 리카르도 젤리 피렌체 한국영화제 조직위원장도 만나서 전주국제영화제 등을 매개로 한 산학협력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쿠뮤필름 스튜디오가 전주의 다른 대학과도 계속 교류를 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대학도 특성화 교육 등 맞춤 혁신을 할 것이라 봅니다. 전주시는 이 같은 교류를 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에 지속적으로 힘을 보탤 겁니다. 영화는 다양한 산업과 연결될 수 있는 집약적 문화 산업이죠. 영화제가 영화 문화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융합된 지역 신산업을 육성하는 마중물 노릇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지역의 청소년, 학생들이 글로벌 영화 산업과 미디어 콘텐츠 분야, AI 융합 신산업 분야 등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대학과 영화제가 든든한 플랫폼이 돼줘야 합니다. 대학은 영화제와 연계해 영상 제작, 문화콘텐츠 기획, 디지털미디어, AI 융합 등의 특성화 교육을 하고, 영화제는 현장 기반의 교육 실습 기회 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대학과 영화제가 계속 단단하게 결합한다면 ‘글로벌 영화·영상 혁신 기술 교육 거점’ 도시가 될 겁니다.

정 위원장= 쿠뮤필름은 메이저 스튜디오입니다. 앞으로 3∼4년 정도 세계적인 대형 스케일의 영화 제작 예약이 꽉 찼을 겁니다. 그런 쿠뮤필름이 전주에 들어오면서 가장 혜택을 볼 수 있는 건 교육입니다. 전주의 쿠뮤필름 스튜디오에서 일할 인재가 우선 필요하겠죠. 스튜디오 직원이면 기본적으로 영어, 외국어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관련 아카데미도 만들어야 합니다. 전주의 대학생들이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지역의 초중고 학생들은 자라면서 영화 분야에서 꿈을 키우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을 보게 되겠죠. 영화제로 인한 고용 창출 효과도 늘어날 거고요. 전주국제영화제는 지역 대학과 상호 협력 협약을 계속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화제 기간에도 대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 영화제로 교육 도시를 더 완벽하게 만들어 가는, 유례를 찾기 힘든 시도를 하는 것 같다.

우 시장= 영화·영상 산업이라는 게 물론 대기업도 투자를 하지만 작은 공간에서 훌륭한 콘텐츠를 갖고 승부해서 가치를 높인 기업들이 형성하는 거잖아요. 서울과 수도권 대학에 학생 유치 경쟁에서 밀리는 지역 대학 입장에서는 틈새 인재 양성을 노려볼 만합니다. 전주의 미래 교육에 어울리는 그림이에요.

정 위원장= 전주가 다른 세계 영화제 도시와 다른 점은 영화제의 유산과 가치를 대학과 교육 기관이 활용한다는 겁니다. 영화제 26회 동안 유능한 배우나 감독님들이 많이 배출됐습니다. 영화제를 통해 혜택을 받은 이들이 지역에 돌려주려 합니다. 재능 기부를 하고요. 지역 청소년, 학생들과 교감을 자주 가지려 합니다. 저도 전주에 자주 내려와서 길거리 다니면서 학생들하고 얘기도 하고, 사는 얘기 들어줍니다. 악수도 자주하고요. 사진 다 찍어주고 영화, 예술의 꿈을 키워라 격려도 해요. 전주 학생과 젊은 층들이 전주에 살아서 유명한 분들 많이 만나고, 그들과 나중에 일도 같이 할 수 있겠다, 이런 기대를 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전주의 교육에 손에 잡힐 듯한 미래를 안겨주려는 노력을 저부터 더 하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전주는 예전에도 교육 도시였다. 영화제를 기폭제로 삼아 지역 주도 교육 혁신에 나서고 있다. 전주시장으로 지키고 싶은 신념이 있을까.


우 시장= 평생 교육과 평생 학습의 차이를 얘기할까요. 주인공이 누구냐의 차이입니다. 평생 교육은 가르치는 교사가 주인공입니다. 평생 학습은 내가(배우는 주체) 주인공이죠. 평생 교육보다는 평생 학습이 지방 교육 혁신의 핵심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전주국제영화제, 그리고 영화·영상 산업이 모두에게 평생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에듀플러스#전주#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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