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순신 장군 탄신 480주년
이순신 탄생지 서울 의미 재조명
“이순신 장군의 인생은 시련과 극복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는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현실적인 삶의 지침이 되는 롤모델입니다.”
2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본관 8층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이순신, 서울에서 만나다’에 참석한 마크 피터슨 미국 브리검영대 명예교수는 이순신 장군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학과 동아시아사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피터슨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직접 한국어로 기조 강연을 맡아 청중의 눈길을 끌었다.
피터슨 교수는 한국 역사, 특히 조선 시대와 근대사의 전문가로, 브리검영대 한국학 과정을 이끌며 수많은 한국 전문가를 양성했다. ‘유교 사회의 창출’ 등 한국 관련 저서를 집필하는 등 미국에서 한국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평생을 헌신해온 대표적 해외 한국학자로 꼽힌다.
오랜 연구 끝에 이순신 장군의 생애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이날 강연에서도 사무실에 소장한 금빛 거북선 모형과 이순신 장군 족보 사본을 소개하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이순신 장군 탄신(4월 28일) 480주년을 맞아 국내외 석학들을 초청해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마련했다. 피터슨 교수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4개국 연구자들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국제적 위상, 그리고 서울과의 연관성을 주제로 심도 있는 발표를 이어갔다.
특히 ‘충무공 이순신, 왜 서울인가?’라는 주제 세션을 통해, 임진왜란의 영웅으로 기억되는 이순신 장군이 남해안의 전장뿐만 아니라 서울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음을 조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순신 장군은 주로 남해안 지역이나 현충사와 이순신 장군 묘가 있는 충남 아산 등과 연결 지어 기억되지만, 사실 그의 삶의 시작과 중요한 전환점은 서울에서 이뤄졌다”며 “1545년 현재의 중구 인현동 일대(당시 건천동)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고, 중앙 관직 생활과 백의종군의 출발 또한 서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서울에는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시설이 극히 적다. ‘이순신 장군 생가터 표지석’과 광화문광장 지하에 마련된 ‘충무공 이야기 전시관’ 등 소규모 시설만 존재한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오늘날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충무공 이순신을 꼽지만 정작 그의 탄생지를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아산을 떠올린다”며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도 탄생지 서울을 기념하기보다는 그의 탁월한 역사적 상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세워졌다”고 했다.
이에 서울시는 이순신 장군의 탄생지로서 서울의 역사적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28년까지 남산골한옥마을 인근에 ‘충무공 이순신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기념관은 이순신 장군의 생애와 업적을 체계적으로 조명하는 전시관은 물론이고 청소년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과 국제 학술교류 공간까지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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