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재난 닥치면 경제 주체의 소비-투자 패턴 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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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변수 된 기후재난
재난 상황에선 예비적 저축 동기 ↑
재난주기 고려한 투자 전략 필요

올해 1월 20일 발생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불 사태는 4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산불로 기록됐다. 피해 면적은 서울의 4분의 1, 피해 금액은 88조 원에 복구 비용에는 30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기후재난은 이제 금융시장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할 요인이다. 재난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경기 확장이냐 경기 수축이냐 하는 두 가지 주기에 따라 투자 전략을 마련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지금이 평상시인지 재난 시인지를 나타내는 재난주기(Disaster Cycle)에 따라서도 투자 해법이 새롭게 도출돼야 한다. 그래야 기후재난의 중장기적 파급효과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영국 노팅엄대 경영대 연구진은 ‘마르코프 국면전환모형’을 통해 재난주기를 모델링하고 이를 경제 주체의 소비·투자 모형에 적용해 재난주기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자산관리 모형을 개발했다. 또한 재난주기가 어떤 경제적 메커니즘을 통해 금융시장 전반의 수익률 및 이자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했다. 분석을 반영해 연구진은 평상시인지 재난 시인지에 따라 경제 주체의 소비 및 투자 해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재난 주기가 바뀔 때마다 빠르게 새로운 소비 및 투자 전략을 도출해야 기후재난의 중장기적 파급효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비자발적 실업 등 기후재난이 경제 주체의 소득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소득재난(Income Disaster)의 상황에서 경제 주체는 평상시와는 다른 양상의 예비적 저축 동기를 갖고 위험을 관리한다. 재난 주기에 따라 다른 패턴을 보이는 예비적 저축 동기는 금융시장 전반의 수익률 및 이자율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상황이 재난 시라면 소득재난의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경제 주체가 예비적 저축 동기를 크게 갖고, 위험 회피 성향이 높아진다.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저축을 통해 안전 자산을 확보하고자 한다. 경제 주체가 투자를 줄이니 위험 자산의 가치가 하락해 주식 프리미엄이 커지고, 저축을 늘리니 안전 자산의 가치가 상승해 이자율은 하락한다. 이는 유례없이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돼 왔던 최근의 팬데믹 같은 재난 시에서의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재난에 대한 위험 관리는 주기적으로 다가오는 재난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어떻게 분석하고, 이 사건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손실에 어떻게 선제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런 맥락에서 연구가 제시한 재난주기에 따른 투자 및 위험 관리 해법은 재난 위험 관리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특히 경제 주체들의 성향 변화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따져 위기 극복 전략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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