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억 적자’ 면세점 빅4, 임대료는 6400억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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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고환율-관광성향 변화 탓… 팬데믹 기간보다 시장 규모 축소
‘출국객 기준’ 공항 임대료는 올라
실적 악화에 폐점-축소 잇달아… “임대료 인하-면세한도 확대 필요”

면세점 업계가 △경기 침체 △고환율 △외국인 관광 성향 변화 등으로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까지 증가하며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현대디에프 등 ‘면세점 빅4’의 영업손실 총합은 2800억 원 이상이었는데 임대료는 6000억 원에 달했다.

홍규선 동서울대 관광학과 교수가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K-면세 위기와 공항의 대응 전략’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전체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24조 원으로 정점을 찍고 팬데믹 기간에 14조∼17조 원으로 줄었다. 2023년 13조7585억 원, 지난해 14조2248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면세점 임대료는 증가했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주요 면세사업자들이 부담한 임차료는 연간 6445억 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임대료 산정 방식이 인천공항 전체 출국 여행객 수에 객당 임대료를 부과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엔데믹 직후 출국 여행객 수는 2022년 890만 명에서 2024년 3550만 명으로 증가했다.

시장 규모는 줄어드는데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은 늘어나다 보니 실적은 악화됐다. 지난해 ‘면세점 빅4’의 영업손실 총합은 2850억 원에 달했다. 각 사별로 △롯데면세점 1432억 원 △신라면세점 757억 원 △신세계디에프 374억 원 △현대디에프 28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황 악화로 현대면세점은 올해 7월 31일부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도 기존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올해 1월 폐점했고,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롯데월드타워점 일부(35%)를 줄였다.

전문가들은 면세점의 위기가 복합적이라고 분석했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지역적 특색이 반영된 쇼핑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주목도가 커졌다”며 “국내 주요 관광지에 있는 올리브영, 다이소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방한 외국인들이 쇼핑 대신 ‘체험형 관광’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한국인들에게는 고환율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외면 이유로 꼽힌다. 면세점은 대형마트보다 매입 규모가 작아 가격을 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고 고환율이 판매가에 즉각 반영된다. 반면 대형마트는 대량 수입하면서 가격을 낮추고 또 환율이 낮을 때 사둔 재고가 많을 경우 면세점보다 오히려 싼 물건을 제공할 수 있다. 가령 현재 발렌타인 17년산 700mL를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13만 원대에 살 수 있는데 면세점에서 구매하면 12만 원대로 별반 차이가 없다. 일부 제품은 오히려 국내 이커머스가 더 싼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면세업계가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자구 노력과 함께 인천공항의 고통 분담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면세점 임대료 수입을 통해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여객 서비스와 시설을 확충하고, 저렴한 항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며 “면세산업이 무너지면 공항, 여객 등에도 부정적 파급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인천공항이 임대료를 낮추는 등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면세 한도 상향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국내 여행자의 입국 면세 한도는 800달러(약 113만 원)로 가까운 나라인 일본 20만 엔(약 200만 원), 중국 하이난 10만 위안(약 1974만 원)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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