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테러범을 제거하기 위해 나이지리아에 ‘총을 쏘며‘(guns-a-blazing)’ 들어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인구 약 2억2000만 명으로 아프리카 최대 인구 대국인 나이지리아가 자국 내 기독교인 학살을 방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노골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아프리카의 탈레반’으로 불리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 등이 기독교인을 학살하는데도 정부가 용인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마약 밀매 근절을 이유로 카리브해에서 잇따라 베네수엘라 선박을 공습하며 내정간섭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중남미를 넘어 아프리카에서도 군사 개입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아프리카에서 연일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경제 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주요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 트럼프 “군사 작전 준비 지시”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루스소셜에 “나이지리아 정부가 기독교인 살해를 계속 허용한다면 모든 지원과 구호 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며 “끔찍한 잔혹 행위를 저지르는 이슬람 테러리범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이 ‘망신스러운 나라(나이지리아)’에 총을 쏘며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방부(전쟁부)에 나이지리아에서 실현가능한 군사작전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며 “우리가 공격한다면 소중한 기독교인들을 공격한 테러리스트 깡패들처럼 빠르고 사납고 달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31일 나이지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기독교인에 대한 집단학살(제노사이드)를 저지르고 있다며 나이지리아를 종교 자유 침해 우려가 심각한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세계 각국의 종교 자유 수준을 평가해 자유가 심하게 저해받는 국가를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한다. 현재 북한, 중국, 이란, 러시아, 나이지리아 등 12개국이 특별우려국으로 지정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세계연감 자료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인구의 53.5%는 무슬림, 45.9%는 기독교인이다. 양측 비율이 엇비슷해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북부는 무슬림, 남부는 기독교인이 주로 거주한다. 특히 보코하람 등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수십 년간 교회를 공격하고 기독교도 어린이를 납치했다. 2009년 이후에만 이로 인해 4만 명 이상이 숨지고 200만 명 이상이 피난을 떠났다.
다만 볼라 아흐메드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는 종교적 박해를 반대한다. 종교 자유와 관용은 우리 정체성의 핵심 요소”라고 반발했다.
● 아프리카서 중국 견제가 목적
트럼프 대통령이 ‘기독교도 박해’를 군사 개입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진짜 목적은 아프리카를 둘러싼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나이지리아 내 도로, 철도, 항만 등 주요 인프라 건설을 위해 지금까지 최소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투입했다. 중국 정부가 자본을 제공하고 중국 기업이 해당 공사의 건설을 맡는 구조여서 사실상 중국의 경제 식민지로 만드는 작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올들어 중국 자본으로 건설된 리튬 가공공장 두 곳도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군사 협력도 한창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과 나이지리아는 올 5월 나이지리아의 탄약 생산 확대, 군사 장비 유지보수 및 개선, 국방 전문 인력의 교육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의 국영 무기 제조업체 중국북방산업그룹공사(노린코·Norinco)가 관련 작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과의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중재 등에 바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나이지리아를 공격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성격일뿐 실제 군사행동에 나설 의지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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