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5.9.18 뉴스1
“재판 시작부터 끝까지 행정부와 입법부가 개입하겠다는 얘기 아니냐.”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가 ‘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발의한 18일 법원 내부에선 “법적으로 사법농단을 하라는 것과 같다”며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이 법안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이 기소한 사건을 맡을 판사들을 법무부 등이 추천하는 위원들로 꾸려진 외부위원회가 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전담재판부의 판사들은 정해진 기간 안에 판결을 선고해야 하고, 직권으로 형량을 깎아줄 수도 없다. 이는 헌법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101조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103조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헌 법률이란 지적이 법조계에선 나온다.
● 판사 구성부터 재판부 배당까지 관여
법안이 시행되면 3대 특검이 재판에 넘긴 사건을 맡을 ‘전담재판부’는 법원 외부에 꾸려진 별도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위원회는 법무부(1명), 대한변호사협회(4명), 판사회의(4명)가 추천한 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가 전담재판부에 들어갈 판사들을 1배수로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일주일 안에 임명한다.
총 21명의 전담 법관을 구성하는 과정에 법무부 등 법원 외부 기관이 관여하게 된다. 특위 관계자는 “논란이 된 국회 추천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전담재판부를) 국회가 추천하든, 행정부(법무부)가 추천하든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점은 같고 위헌성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그동안 사건을 배당할 때 대법원장 등 직위나 직책을 막론하고 누구도 관여할 수 없도록 ‘무작위 전산 배당’을 해왔다. 이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에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이 배당돼 재판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위안이 시행되면 입법으로 재판부를 교체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 중인 재판부를 배제할 목적으로 전담재판부를 만드는 입법은 헌법이 정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며 입법권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 선고 양형부터 방식까지 정해놔
피고인의 형량을 깎을 수 없도록 한 조항에 대해 민주당은 별다른 설명을 하진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확정되면 최소 무기징역형이 선고되는데, 여기서 감경을 하면 10년형 선고도 가능하다. 유죄 확정 판결 시 사면과 복권, 감형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사면 대상자 자격을 규정한 것으로 헌법 위반과 무관하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사법권과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이란 지적이 나온다. 판사들은 형법에 따라 초범이거나 반성하는 등 참작할 만한 사유에 따라 양형을 정할 수 있다. 재경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의 양형 결정까지 국회가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법원이 1심부터 3심까지 6개월, 3개월,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내란, 뇌물 등 혐의가 다양한 사건들을 일률적으로 기한 내 처리하라고 하는 것은 나머지 일반 사건들과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공직선거법과 같은 조항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직 법원장은 “공직선거법 사건은 불법으로 당선된 혐의를 받는 사람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유무죄를 가려 민의 왜곡을 막기 위해 해당 조항이 도입된 것”이라며 “특위안의 조항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했다.
전담재판부의 판사들이 판결문에 재판장뿐 아니라 좌우 배석 판사까지 모두 의무적으로 개인의 법리 판단 등을 적시하도록 한 법안의 조항에 대해선 “판사 개인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위안에 대해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아직 당론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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