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권 출당’ 거부 당하자 안철수 “혁신위장 사퇴”… 송언석 비대위장 “당혹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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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혁신위 구성 15분만에 깨져
安, 혁신위원 인선 놓고도 “날치기”
당내 “송언석 비대위, 구주류 눈치”
일각 “安 당대표 출마, 진정성 무색”

“최소한 2명에 대한 인적 쇄신안을 제안했지만 결국은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위원회 구성 발표 15분 만에 혁신위원장 사퇴를 선언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렇다면 제가 혁신위를 할 이유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인적 쇄신’의 대상에 대해선 “지난 대선 기간 일종의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에 6·3 대선 국면에서 불거진 후보 교체 파동의 중심에 있었던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 대한 출당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혁신위를 맡을 수 없다는 취지다. ‘인적 청산’과 혁신위원 인선 권한을 둘러싼 갈등으로 혁신위가 출범하자마자 엎어지면서 보수 재건 작업도 시작부터 내홍에 휩싸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安 “‘날치기 혁신위’는 거부한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7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안 의원은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며 당 혁신위원장 사퇴와 차기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출마를 선언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7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안 의원은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며 당 혁신위원장 사퇴와 차기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출마를 선언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날 안 의원은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자신이 제안한 혁신위원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혁신위원장 사퇴 이유로 꼽았다. 안 의원은 박은식 전 비대위원과 이재영 전 의원을 혁신위원으로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날 혁신위원장에 안 의원을, 혁신위원에 재선의 최형두 의원(경남 창원 마산합포)과 호준석 당 대변인,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송경택 서울시의원, 김효은 전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인선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혁신위원 중) 최소한 1명에 대해서는 제가 합의해 준 바가 없다”며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제안한 혁신위원 대신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출신의 이 부원장이 이름을 올린 인선안에 대해 안 의원이 의결을 미루자고 요구했지만 비대위가 이를 일방처리했다는 게 안 의원 측 주장이다.

안 의원은 권 전 위원장과 권 전 원내대표에 대한 출당 또는 탈당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제가 혁신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실패하고, 우리 당에 더 큰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송언석 비대위’가 친윤(친윤석열)계 등 구주류를 의식해 혁신위에 전권을 주지 않으려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대위는 이번 혁신위에서 저와 박 전 비대위원을 콕 집어 빼냈다”며 “가장 강하게 당을 비판해 왔고, 쇄신을 요구해 왔던 저희만 쏙 빠진 의도는 명백하다. 당은 이번 혁신위를 통해 진심으로 당을 혁신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도부가 말로만 혁신을 강조한 것 아니냐”며 “혁신위원 인선도 혁신위원장 뜻대로 못 하면서 무슨 제대로 된 혁신안이 나오겠는가”라고 했다.

당혹스러운 지도부… 安 출마엔 당내 비판도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나서는 모습. 뉴시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나서는 모습. 뉴시스
지도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를 정상적으로 출범해 많은 혁신 과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 정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상황은 당혹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대선 백서를 통해 대선 과정에서의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책임질 부분, 누가 책임질지 등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혁신위와 비대위에서 조치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고 그렇게 하는 게 일의 순서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혁신위가 대선 백서를 내놓은 후 인적 쇄신을 제안했다면 검토할 수 있지만, 인적 쇄신안 수용부터 약속하라는 안 의원의 요구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 사퇴 후 바로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안 의원은 닷새 전인 2일 혁신위원장을 수락하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시사했다. 김대식 비대위원은 “혁신위원장직 수락 5일 만에 사퇴 선언과 당 대표 출마로 이어지는 ‘벼락치기 정치’는 혁신의 진정성을 무색하게 한다”며 “정치가 쇼가 되고 희화화되면 국민의힘은 앞으로 어떠한 혁신도 웃음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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