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휩쓸린 산청…상흔 가득했던 그 모습[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0일 2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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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호우와 산사태로 쑥대밭 된 산청
20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전날 산사태로 실종됐던 70대 A 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산청=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평생 마을에 살면서 이런 날벼락은 처음이야….”

기록적인 폭우가 산청군을 휩쓸고 간 지 하루가 지난 20일, 경남 산청군 내원마을에서 한평생을 살아왔다고 말한 주민 강정하 씨(67)는 산사태로 쑥대밭이 된 마을을 돌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마을은 전날 폭우로 일어난 산사태에 상당 부분이 토사로 뒤덮여 폐허가 된 상태였다.

이른 새벽부터 자택에서 나와 마을 주민들의 상태를 살피던 강 씨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아수라장이 된 마을을 바라봤다. 어두웠던 강 씨의 얼굴에서 이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강 씨는 흐느끼며 “주변 마을 전부 이런 상태라 우리 마을 먼저 복구 작업을 해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손을 쓸 방법이 없어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나온다”라며 눈물을 닦았다.

20일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내원마을에서 주민 강정하 씨(67)가 전날 발생한 산사태로 쑥대밭이 된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산청=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20일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내원마을에서 주민 강정하 씨(67)가 전날 발생한 산사태로 쑥대밭이 된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산청=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전날 산사태로 3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산청읍 부리마을에서는 실종자 수색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오전 7시께 도착한 마을에서는 소방 관계자들이 굴삭기를 이용해 마지막 실종자를 찾고 유해를 수습하고 있었다. 아수라장이 된 주택 잔해 사이에서 이들은 조심히 유해를 구급차로 옮겼다. 유가족은 작업 현장 밖에서 운구되는 유해를 바라봤다. 유해 수습이 완료되자 마을 주민 중 일부는 안타까운 듯 한참을 현장에 머물기도 했다.

20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전날 산사태로 실종됐던 70대 A 씨의 유가족이 운구되는 유해를 바라보고 있다. 산청=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20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전날 실종됐던 실종자들의 유해가 모두 수습되자 한 주민이 사망자가 발생한 주택 앞에서 잔해를 줍고 있다. 산청=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부리마을과 수킬로 밖에 떨어지지 않은 외정마을에서는 주민 김곡지 씨(77)가 잔해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미끄러운 진흙과 날카로운 돌무더기를 해치며 쑥대밭이 된 마을 하염없이 돌아다니던 김 씨는 체념한 듯, 돌덩이 위에 앉아 입을 열었다. 김 씨는 “지난 수십년간 끄떡없이 버텨왔는데, 모든 게 다 끝나버렸다”라며 “그나마 내 몸이라도 성한 게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20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외정마을에서 주민 김곡지 씨(77)가 잔해 사이를 거닐던 중 휘청이고 있다. 산청=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20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외정마을에서 주민 김곡지 씨(77)가 잔해 사이를 거닐던 중 체념한 듯 돌덩이 위에 앉아 있다. 산청=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20일 오후 7시30분 기준 인명피해는 사망 17명, 실종은 11명이다. 이중 피해가 집중된 경남 산청에서는 1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이 지난 19일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지반이 무너져 있다. 산청=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청계천 옆 사진관#극한호우#산청#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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