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뒤늦은 복귀 의대생에 ‘성실 수업-先복귀자 존중’ 서약서 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2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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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학장들, 공통 양식 만들어
사실상 반성문…또 다른 갈등 우려도

13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모습. 2025.7.13. 서울=뉴스1
의대 증원에 반발해 학교를 떠났던 의대생이 2학기 복귀를 앞둔 가운데, 각 의대가 복귀 학생에게 서약서를 작성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서약서에는 수업에 성실히 임하고 이미 복귀한 학생을 비난하거나 위협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학생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강제력 없는 서약서로 학생 간 갈등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의대 학장들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최근 복귀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서약서를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KAMC는 각 의대가 참고해 활용할 수 있도록 공통 서약서 양식도 만들었다. 해당 서약서에는 복귀 후 학사 일정에 성실히 협조하고, 기존에 복귀한 학생의 학습권을 존중하며 이에 따르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가 이처럼 서약서를 마련한 건 장기화된 수업 거부 과정에서 무너진 학교 내 신뢰와 질서를 회복하고 먼저 복귀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또 의정 갈등과 집단 휴학 장기화로 교수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복귀 학생들이 실제로 수업에 임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목적도 있다.

KAMC는 각 학교에 서약서 작성을 의무 사항으로 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당수 의대는 공통 서약서 양식의 세부 내용을 각 학교 상황에 맞게 수정해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의대 학장은 “복귀 학생이 수업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명확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기존에 복귀 학생들과의 갈등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한 만큼 서약서를 받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약서 작성이 학생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고 자칫 강제적인 절차로 비칠 경우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대 학장은 “사실상 어른들이 ‘반성문을 쓰라’고 강요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학생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쓰지 않으면 징계 받는다’며 강압적으로 접근한다면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약서에 강제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서약서로 학생 간 갈등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급 처분 후 2학기 복귀’라는 휴학 의대생 복귀 방안은 마련됐지만, 본과 3학년 복귀 방식을 두고 의대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본과 3학년은 의대마다 실습시간 기준이 달라서 졸업 시점을 2027년 2월로 해야 한다는 의견과 같은 해 8월로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KAMC는 각 대학 의견을 의대 운영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에 전달하고 의총협은 이를 토대로 정부에 건의할 내용을 조율할 계획이다.

의총협은 학년제를 ‘학기제’로 바꿔 복귀 의대생들이 2학기 수업을 듣도록 하는 학칙 개정에 뜻을 모으고, 본과 4학년이 치르는 의사 국가고시 추가 응시 기회를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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