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론’ 공약에 세종 집값 들썩이며
4채 무순위 청약에 11만명 몰려
분양가 낮아 당첨땐 2억 시세차익
상승기대에 매물 거두고 호가 올려
산울마을 5단지 세종파밀리에더파크 아파트 단지 전경.
서울을 제외한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줍줍’으로 불리는 세종시 무순위 청약에 약 11만 명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2억 원가량 저렴한 데다, 6월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에 힘이 실리면서 더 큰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24, 25일 이틀간 세종시 산울동 산울마을 5단지 ‘세종파밀리에더파크’ 4채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결과 총 10만8057명이 신청했다. LH는 원래 24일 하루만 접수할 예정이었으나, 지원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LH 청약 사이트 접속 지연 사태가 발생하자 접수일을 하루 연장했다.
청약 물량은 전용면적 △59㎡A형 1채 △59㎡B형 2채 △84㎡B형 1채 등 4채였다. 2021년 최초 분양 이후 당첨자 해약 등으로 발생한 잔여 물량이었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건 전용 84㎡였다. 1채 모집에 3만3725명이 몰려 경쟁률이 3만3725 대 1로 나타났다. 이어 59㎡B형 경쟁률은 2만5119.5 대 1, 59㎡A형 경쟁률은 2만4093 대 1로 집계됐다.
많은 인원이 몰린 건 당첨만 되면 시세 차익이 사실상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2021년 분양해 2023년 입주까지 마친 단지다. 무순위 청약 분양가는 4년 전 최초 분양가 수준에서 책정됐다.
전용 84㎡ 분양가는 4억7968만 원으로, 인근 산울마을 6단지 지난달 실거래가(6억4500만 원)보다 약 1억6500만 원 저렴했다.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라 신축 아파트가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와 전매 제한 등 각종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 들썩이는 세종 집값
세종시 집값이 이달부터 오르기 시작한 점도 청약 수요를 높인 요인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이후 대통령실과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세종 천도론’이 대선 주자들 공약에 오르내리면서 세종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높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세종시 나성동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 A 씨는 “2주 전 집주인이 계약서 쓰는 자리에서 매수자에게 1억 원을 올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계약금 2배를 물어주고 계약을 깨트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21일 기준) 세종시 아파트값은 전주(0.04%)보다 0.23% 올랐다. 이는 서울 서초·송파구(0.18%), 성동구(0.17%) 등을 웃도는 수준이다. 세종시 아파트값은 이달 둘째 주 상승 전환했는데 이는 2023년 11월 둘째 주(0.10%) 이후 1년 5개월 만이었다. 호가 등을 배제하고 실거래 가격만 집계한 실거래지수도 오르고 있다.
단, 과거 행정수도 공약으로 ‘반짝 상승’한 후 다시 급락했던 사례도 있어 대세 상승으로 보기 어렵단 분석도 있다. 2020년 세종시 집값은 한국부동산원 주간동향 기준 42.37% 올랐다. 하지만 이후 2021년(―0.68%) 하락 전환해 2022년(―16.74%), 2023년(―5.14%), 2024년(―6.47%) 연이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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