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폭 피해 주장하면… 신고 전 담임에 전후 사정부터 들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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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문제 해법 책 출간… 김창완 인하사대부중 교감의 올바른 소통법
사소한 갈등도 학교폭력으로 신고… 학폭위 ‘조치 없음’ 결론 84% 달해
소통 과정에서 갈등 생기며 악순환
학부모, 상담 땐 교사와 약속 잡고 민원은 학교 내 공식 창구 이용을
1% 악성 민원 때문에 대화 위축… 야간-반복적인 전화는 자제해야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 위치한 인하사대부중 3층 교무실에서 김창완 교감이 학부모가 교사와 소통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적절한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인천=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최근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와 학생, 교사 간 갈등이 심각하다. 학생들 간 사소한 갈등이 학교폭력 문제로 번지거나,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면서 교사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올바르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학교 내 갈등을 줄이고 신뢰를 높일 수 있다.

1990년 교직 생활을 시작해 2022년 인하사대부중 교감을 맡은 김창완 선생님(61)과 만나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학교 구성원 간 갈등과 올바른 소통법에 대해 들어봤다. 김 교감은 2019년부터 전국 초중고교 교사 1500여 명이 참여하는 ‘전국 생활교육 교사 단체 채팅방’에서 선생님들과 각종 사건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교감으로 재직하면서 인하사대부중 민원대응팀장도 맡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학교 현장의 문제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 신간 ‘긴급출동 학교 119’를 출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서로 라포르(rapport·상호 친밀감이나 신뢰 관계)가 있으면 위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학부모가 학교나 교사를 함부로 적대시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평상시 교사와 학부모 사이 소통이 부족하다.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는 전체 1%도 안 되는데, 이들이 제기하는 민원 때문에 교사가 지쳐 버린다. 또 학부모, 학생들과 라포르를 형성할 기회를 놓쳐 버리게 된다. 극소수 악성 민원으로 교과 수업, 생활 지도, 방과 후 학부모 소통이 위축되고 단절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과도한 행정 업무 처리 등으로 교사가 마음의 여유를 잃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도 심각하다.

“학교폭력 대책위원회(학폭위)로 부쳐지는 학교폭력(학폭)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학생들 간 사소한 갈등이나 감정 다툼을 무리하게 학폭으로 연결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3년 1월∼2024년 10월 학폭위 심의 결과 중 ‘조치 없음’이 2628건으로 84%에 달한다. 학폭위 심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한 달에서 6, 7개월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사이에 학생 간 반목이 심해지고 서로 원수가 된다. 학교 내 사소한 갈등까지 모두 학폭으로 처리하다 보니 교사 행정력이 낭비되고 학급 분위기도 저해된다.”

―학부모와 교사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대부분 교사는 방과 후라도 학부모의 상담 요청을 거부하지 않는다. 담임 선생님에게 어떤 문제로 상담하고 싶은지, 몇 시쯤 전화하는 게 편할지 문자나 학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먼저 물어보면 된다. 선생님은 한밤중에 갑자기, 반복적으로 걸려 오는 악성 민원이 괴롭지, 정중하게 문자로 묻는 소통을 마다하진 않는다. 민원은 학교가 마련한 공식 창구(전자 민원 시스템, 학교 이메일 등)를 통해 제기할 수 있다.”

―자녀가 학교폭력에 연루됐다는 의심이 든다면….

“내 자녀 얘기만 듣고 곧바로 대응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자녀 얘기만 듣고 바로 학폭으로 신고하거나 경찰에 고소하는 분들이 많다. 아이는 보통 자신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상대 잘못을 고자질하듯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자녀 얘기를 경청한 뒤, 담임 선생님에게 전후 사정이 어떻게 됐는지 충분히 듣고 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한풀 꺾이고 차분히 대응할 수 있다.”

―내 자녀가 아동학대 또는 체벌을 받았다는 의심이 든다면….

“학교에 방문해 담임 선생님과 대면 상담을 하는 게 중요하다. 얼굴을 보지 않는 상황에서 전화로 통화하면 괜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담임 선생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본 뒤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재발 방지를 호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면 된다. 실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하는 게 아니라 먼저 관할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권한다.”

―교사 입장에서 민원에 대응하는 올바른 방법은….

“우선 악성 민원과 일반적인 민원·고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에 근거가 없거나 교칙과 아무 관련 없는 무리한 요구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악성 민원이다. 지각한 학생을 왜 지각 처리했냐며 계속 따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자녀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결국 악성 민원으로 이어진다. 초기에 악성 민원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학교에서 마련하고 이에 대처하는 요령을 교사와 공유해야 한다. 악성 민원이라고 판단되면 학교에 마련된 민원대응팀에 맡겨야 한다. 학교와 공유하지 않고 모든 민원을 교사 혼자 떠안으려다가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행복한 학교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학교 내 신뢰 관계 구축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숙제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학부모가 학교와 소통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교사도 여러 이유로 학부모와 일상적 소통이 부족하다. 학부모는 당장의 지각, 결석, 성적을 보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내 자녀의 면역력을 길러줘야 한다. 교사는 학부모와 소통을 늘리고 공유와 공감을 일상화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와 가정의 반목 갈등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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