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2 ‘오징어게임’ 성공, 많은 감독-작가 체계적 협업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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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크’ 레만 감독-‘디셉션’ 페라키오 작가, 한국 창작자들에 조언
“러닝타임 길어진 TV시리즈물… 많은 창작자 도와야 효율성 높아
뻔한 작품을 다르게 보여주려면… 여러 장르 하나로 섞는게 좋아”

13일 서울 마포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열린 넷플릭스 ‘리부트 캠프’에서 강연하는 마이클 레만(위 사진)과 조 페라키오. 페라키오는 “한국의 창작자들은 특별히 창의적”이라며 “이번 멘토링에서도 독창적이고 대담한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황동혁 감독이) 홀로 각본을 쓰고 연출했지만, 할리우드에선 혼자 모든 걸 도맡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한국 드라마 시리즈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협업이 체계화된다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이클 레만이 연출한 영화 ‘플레이크’. 사진 출처 IMDb
마이클 레만이 연출한 영화 ‘플레이크’. 사진 출처 IMDb
미국 영화 ‘플레이크’와 ‘40 데이즈 40 나이트’를 연출한 영화감독 마이클 레만(68)은 16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넥스트(next) 오징어 게임 같은 K콘텐트 히트작을 꾸준히 배출하려면 창작 현장의 체계적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TV 시리즈를 제작할 때 작가와 감독이 다수 참여하는 ‘집단 창작 시스템’이 보편화돼 있다. 2시간 안팎인 영화와 달리, 러닝타임이 10시간 가까이 돼 써야 할 시나리오와 찍어야 할 촬영신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제 드라마의 전통이 길지 않은 한국은 여전히 각본과 감독을 한 명씩 도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레만 감독은 ‘오징어 게임’이 섬 로케이션 등이 많다는 점을 예로 들며 “각 방식마다 장단점은 있지만 분량이 긴 TV 시리즈는 작가와 감독이 여럿 참가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TV 시리즈와 영화 모두 ‘창의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제작 현장에서는 결국 ‘협업’이 필수적이에요. 창작자의 생각은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과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다른 생각을 수용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죠.”

레만 감독은 13∼17일 서울 마포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열리는 넷플릭스 ‘리부트 캠프’ 강연을 위해서 한국을 찾았다. ‘리부트 캠프’는 넷플릭스가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와 국내 신진 창작자 10명을 대상으로 마련한 창작 강연 행사다.

15일 강연에서 그는 TV 시리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특정 작품의 장면 하나하나를 분석해가며 전문가다운 방식으로 설명했다. 또 “뻔한 작품을 다르게 보여 주려면 여러 장르를 하나로 섞어라”, “깔아 놓은 ‘떡밥’은 반드시 회수하라” 등의 조언을 애덤 샌들러, 윌 페럴 등 미국 스타 배우들과 협업했던 에피소드와 함께 흥미롭게 풀어놓기도 했다.

신진 창작자들은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할리우드 제작 노하우를 직접 배우며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기유정 씨(29)는 “국내에선 영화 제작 방식에 초점을 맞춘 강의가 주를 이루는데, 여러 에피소드로 나눠 연출하는 TV시리즈에 대한 강의가 신선했다”고 평했다. 황혜인 씨(32)는 “프로듀서와 투자자 입장에서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을 들려준 게 인상에 남는다”고 전했다.

조 페라키오가 집필에 참여한 TV 시리즈 ‘디셉션’. 사진 출처 IMDb
조 페라키오가 집필에 참여한 TV 시리즈 ‘디셉션’. 사진 출처 IMDb
리부트 캠프는 레만 감독뿐만 아니라 TV 시리즈 ‘디셉션’, ‘더 플래시’ 등을 집필한 작가 겸 프로듀서인 조 페라키오 미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도 참여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창작자 발굴을 위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도 2023년 “잠재력을 지닌 차세대 한국 크리에이터 양성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페라키오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가르친 한국 창작자들이 바로 오징어 게임을 이어갈 K콘텐츠를 만들 세대”라며 “넷플릭스는 국제적인 문화 속에서 작품을 개발하는 데 깊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관점에서 독창적인 이야기를 가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만 감독#페라키오 작가#넷플릭스#리부트 캠프#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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