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보던 연극, 걸어다니며 보는 신선한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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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 ‘슬립 노 모어’ 8월 국내 초연
배우는 대사 없이 몸짓-춤으로 전달
연기 보는 순서 따라 해석도 달라져
‘지킬 앤 하이드’ ‘프리마 파시’ 등… 해외서 각광받은 작품들 줄이어

미국 뉴욕에서 10년 이상 공연하며 인기를 얻은 연극 ‘슬립 노 모어’. 호프 영블러드가 촬영한 사진이다. 미쓰잭슨 제공
16일(현지 시간) 타계한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속 세상을 살아 보는 느낌이라는 연극 ‘슬립 노 모어’, 인간 본성과 정체성을 심오하게 탐구한 걸작이란 평을 받은 ‘지킬 앤 하이드’, 2023년 미국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여성 1인극 ‘프리마 파시(Prima Facie)’. 해외에서 호평 받으며 인기를 모았던 연극들이 올해 한국에서 잇따라 초연된다.

8월 한국 관객을 만나는 ‘슬립 노 모어’는 관객이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방을 옮겨 다니며 보는 몰입형 연극이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기본 줄거리로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레베카’와 마녀재판을 연상케 하는 미스터리하고 충격적인 장면들로 구성돼 있다.

대사 없이 몸짓과 춤으로만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한 공간에서 차례대로 전개되지 않고 배우들이 각 공간에서 1시간 길이의 동일한 연기를 총 3번 반복한다. 가면을 쓴 관객들이 관심 있는 캐릭터를 따라다니며 관람하도록 구성돼, 보는 사람마다 같은 연극을 다른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 연극은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뒤 2011년부터 미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0년 이상 장기 공연됐다. 한국 공연은 뉴욕 공연을 토대로 한다. 뉴욕에선 6층 건물 전체를 무대로 사용했는데, 한국은 지난해 문을 닫은 서울 중구 대한극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공연장을 만든다. 제작사 미쓰잭슨 관계자는 “옛 대한극장 내부를 공연장으로 바꾸는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설명했다.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에서 처음 선보인 뒤 “고전의 충격적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는 평을 받은 연극 ‘지킬 앤 하이드’도 3월 4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 2관에서 초연된다. 스코틀랜드 극작가인 게리 맥네어가 원작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지킬의 친구인 ‘어터슨’의 시점으로 재해석한 1인극이다. 이준우가 연출하고, 배우 최정원 고훈정 백성광 강기둥이 출연한다. 최정원은 2019년 이후 6년 만의 연극 출연이다. 글림컴퍼니 제작.

8월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프리마 파시’는 여성 1인극이다. 성범죄 사건 변호를 전문으로 하는 유능한 변호사였던 테사가 성폭행 피해자가 되면서 겪는 2년의 세월을 그린다. 배우 한 명이 테사를 포함한 여러 인물을 연기하며 법정 드라마와 개인의 트라우마를 결합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사가 변호사에서 피해 당사자가 되면서 변화하는 법체계에 대한 시각, 법정 시스템의 모순과 피해자가 겪는 어려움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2019년 호주 시드니에서 초연됐으며 2022년 런던 웨스트엔드, 2023년 뉴욕에서 공연했다. 영국 올리비에상 ‘최우수 신작’ ‘최우수 여우주연상’ 등도 받았다.

영국 맨부커상을 받은 원작과 2013년 리안(李安)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잘 알려진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도 11월 국내 초연될 예정이다. 2023년 토니상 3관왕을 받은 작품이다.

#슬립 노 모어#지킬 앤 하이드#프리마 파시#몰입형 연극#국내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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