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읽어볼만한 ‘뱀’ 소재 작품
미당 서정주 첫 시집 ‘화사집’ 눈길
이청준 ‘꽃과 뱀’선 죄의식 상징
‘어린왕자’ 속 노란 독사도 인상적
지혜와 통찰을 상징하는 뱀은 예로부터 영물로 여겨져 왔다. 특히 문인들에겐 아름다움과 저주 같은 상반된 이미지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물이었다. 2025년 을사년 ‘청사(靑蛇·푸른 뱀)의 해’를 맞아 설 연휴에 읽어볼 만한 ‘뱀’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 세 권을 추려 봤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주간과 강윤정 문학동네 부장, 김민경 민음사 편집자, 소설가 김홍 성해나의 추천을 받았다.
미당 서정주의 첫 시집 ‘화사집’(1941년)의 표제작 화사(花蛇)는 사향노루 향과 박하 향이 진동하는 뒷길에서 마주친 뱀을 다룬다. 시인은 뱀이란 이미지에 따라다니는 저주와 혐오를 환기하기에 앞서 ‘아름다운 배암’이란 말을 먼저 내뱉으며 뱀이 가진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뱀이 문화·역사적 맥락에서 그만큼 다양하게 해석된 이유도 이런 매혹 때문일 것이다. 이 주간은 “뱀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 중 하나”라고 추천했다. ② 이청준의 ‘꽃과 뱀’
단편소설 ‘꽃과 뱀’에서 뱀은 어두운 죄의식과 금기의 이미지로 쓰인다. 대대로 조화가게를 운영하는 주인공 ‘나’는 어느 날 꽃 더미 속에서 뱀을 목격한 뒤 밤마다 환각에 시달린다. 그의 아버지 역시 뱀 환각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에서 뱀은 실종된 누이에 대한 가족의 죄의식을 상징한다. 뱀은 미끈미끈한 몸으로 집안 곳곳을 헤집으며 신경을 서서히 옥죈다. 공포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③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뱀 나오는 작품’을 꼽자면 ‘어린왕자’를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부터 떠올리지만 실은 뱀이 한 마리 더 나온다. 마지막 대목에 어린왕자를 죽게 만드는 ‘노란 독사’다. 하지만 이 독사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지구에서 할 일을 마친 어린왕자가 자신이 떠나온 별로 돌아가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뱀은 영혼을 육체란 껍데기에서 해방시켜 고향으로 보내주는 메신저인 셈이다. 뱀은 스스로 허물을 벗는 존재이기에 이런 역할이 설득력 있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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