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 스님은 “명상이 흙탕물을 가라앉혀 맑은 물과 흙을 분리하는 것이라면, 간화선은 흙 자체를 없애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늘 맑은 상태로 있게 하는 것”이라며 “누구나 노력만 하면 어느 정도의 선 체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사람이 자기 마음을 볼 수 있습니까?”(수불 스님)
“그게 되면 득도한 것 아닌지요.”(기자)
“하하하, 볼 수 있는데도 어렵다고, 그래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어리석음이지요. 간화선(看話禪)은 본래 볼 수 있는 그 마음을 스스로 볼 수 있게 확인시켜 주는 길입니다.”(수불 스님)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알 듯 말 듯 한 선(禪)문답. 14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안국선원에서 만난 선원장 수불 스님은 명상과 간화선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간화선은 ‘화두(話頭)’를 ‘잘 살펴(看)’ 깨달음을 얻는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 하지만 출가한 스님들의 수행법이라는 인식 때문에 아직 대중적으로는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30여 년간 대중에 간화선을 가르쳐 온 수불 스님은 “스님들만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접하려는 사람이 적지만 사실 현대인에게 더 맞고 효과적인 것이 간화선”이라고 말했다.
“마음이 흙탕물일 때 차분히 명상하면, 흙은 밑으로 가라앉고 위에는 맑은 물이 뜹니다. 하지만 흙 자체를 없애지 못하기에 어떤 상황이 생겨 마음이 흔들리면 다시 흙탕물이 되지요. 반면 간화선은 흙 자체를 없애서 바람이 불고, 흔들려도 언제나 늘 맑은 상태에 이르게 합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수불 스님은 “명상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달랠 수 있어 치유 효과가 있지만 본질적인 내면의 변화는 불러오지 못한다”라며 “반면 선(간화선)은 내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 사람을 통째로 바꿔놓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1989년 부산 금정포교당을 시작으로, 2001년 서울 안국선원, 2005년 부산 안국선원을 세우며 본격적인 간화선 대중화에 나섰다. 지금까지 직접 지도한 사람만 약 6만 명. 이 중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름대로 선 체험을 한 사람도 약 3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구글 엔지니어이자 세계적인 명상가로 활약하고 있는 차드 멍 탄(Chade-Meng Tan)이다.
수불 스님은 “오래전 멍 탄이 한국에 왔을 때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자기가 명상가로 활동하고 가르치고 있지만 뭔가 모르겠는, 알 수 없는 벽을 느끼고 있다며 굉장히 답답해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간화선을 알려주고 지도했는데, 어느 날 “풀려고 했던 숙제가 풀린 것 같다”라며 굉장히 기뻐했다는 것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안타깝지만 어떻게 하면 선 체험을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말과 글로 설명할 수는 없는 일. 대신 이날 자리를 함께한 한 보살은 “간화선 수행을 하면서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벽이나 막이 앞에 있는 것이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그로 인해 굉장히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는데, 수행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탁’하며 벽이 무너지면서 아주 시원한 느낌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펑펑 울게 됐다는 것이다.
안국선원은 5월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수불 스님의 간화선 지도 동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찾아오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가르쳤는데, 더 많은 사람이 간화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가르치는 과정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의 수행 과정, 화두를 깰 때의 모습 등을 세세히 담았다고 한다.
“간화선은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수행하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는 사람이 많아요. 언제, 어디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수행 방법이라는 걸 알리는 것도 제 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불 스님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한국불교나 선 지식이 없는 외국인들이 간화선을 체험하고 화두를 깨는 모습도 담았다”라며 “간화선 수행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화를 가라앉히는걸 넘어 화를 없애는 길에 이르렀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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