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넥스트도어 “아이시테루”→“아이 원트 유”… 왜 바꿔 불렀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방송서 일본어 가사 영어로 바꿔
소속사 “심의서 부적격 판정 받아”
방송사들, 일본어 규제 없지만 꺼려
“K팝 위상 높아 규제 불필요” 지적

지난달 발매한 디지털 싱글 ‘오늘만 I LOVE YOU’로 한국 애플뮤직, 멜론 등 각종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휩쓴 보이넥스트도어. KOZ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늘만 I love you(아이 러브 유). I want you(아이 원트 유). 사랑해라 말하고.”

6인조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는 지난달 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디지털 싱글 ‘오늘만 I LOVE YOU’를 이렇게 불렀다. 원래 이 노래의 가사는 조금 다르다. 영어 ‘아이 원트 유’가 아니라 일본어 ‘아이시테루(사랑해)’가 들어간다.

이별 뒤 아픔을 현실적인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로 그려낸 이 노래가 큰 사랑을 받으며 ‘가사가 바뀐 이유’가 궁금하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오늘만 I LOVE YOU’는 한국 애플뮤직 ‘오늘의 톱’ 차트에서 34일 연속 1위, 멜론 주간 차트(2월 3∼9일) 8위에 오르는 등 보이넥스트도어의 ‘커리어 하이’를 만든 노래다.

소속사 KOZ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가사를 바꾼 건 방송사 심의 때문이었다. 소속사 측은 “일본어 가사로 심의를 신청했더니 ‘부적격’ 판정을 받아 영어로 바꿔 다시 넣었다”고 했다. 해당 방송사 측은 “일본어 음성보다도 일본어 문자인 히라가나로 쓰인 자막이 노출되는 게 문제였다”라며 “이후 보이넥스트도어 측에서 영어 가사로 심의를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한국의 바른 언어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제외하고 일본어 가사라고 해서 무조건 규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럼 지금 현재 지상파 방송의 일본어 규제는 사라진 것일까.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일괄 규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당시인 2004년 1월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노래의 ‘일본어’ 사용은 다소 애매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일부 프로그램은 여전히 일본어 노래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반일 감정’을 고려하는 프로듀서 재량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늘만 I LOVE YOU’가 방송사마다 가사가 달랐던 것도 심의 자체의 기준이라기보단 각 방송사의 선택 문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 문화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굳이 특정 언어를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이넥스트도어#방송#일본어#가사#영어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