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맹맹이 창법-심드렁 표정… 밥 딜런에 빙의한 샬라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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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리트 언노운’ 26일 국내 개봉
티모테 샬라메, 20여곡 라이브로
5년반 밥 딜런 연구해 실감 연기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기타와 배낭 하나를 메고 미국 뉴욕으로 온 밥 딜런의 청년 시절을 다룬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기타와 배낭 하나를 메고 미국 뉴욕으로 온 밥 딜런의 청년 시절을 다룬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대충 볶은 듯한 뽀글뽀글한 머리에 심드렁한 표정.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삐딱하게 서 있는 자세. 가사를 뭉개며 아무렇게나 내뱉는 듯하고, 코맹맹이 소리를 섞는 창법. 익히 알려진 ‘음유시인’ 밥 딜런(84)의 청년 시절 모습이 스크린에 그대로 담겼다.

26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미국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딜런을 다룬 전기 영화다. 딜런이 대중에게 막 이름을 알리던 1961년부터 1965년까지를 담았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년)과 ‘듄’(2021년), ‘웡카’(2024년) 등을 통해 대중과 평단을 사로잡은 배우 티모테 샬라메(29)가 딜런을 연기했다.

샬라메의 연기는 합격점을 주고도 남는다.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 등 딜런의 20여 곡을 노래뿐만 아니라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까지 곁들여 실감 나게 소화했다. “누구든 무대에서 주의를 끄는 사람은 별종이 돼야 해”라는 대사 등을 통해 딜런 특유의 냉소적인 말투도 자연스레 소화했다.

비결은 배우의 노력이다. 샬라메는 공연과 인터뷰 녹화물을 보며 자세, 목소리, 창법 등 5년 반 동안 딜런을 연구했다. 녹음된 음악을 립싱크하는 방식으로 촬영하려던 제작진을 설득해 모두 라이브로 불렀다고 한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샬라메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뒤로 물러나서 그저 관찰하고 싶었다”며 “영화 내내 라이브로 부르는 음악의 힘이 전달되도록 내버려 뒀다”고 했다.

영화는 이젠 거장이 된 딜런의 청춘을 엿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1962년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로 ‘포크’(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이 되는 음악) 스타로 떠오른 딜런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더해 ‘포크록’을 선보이는 과정을 차분히 그렸다. 자신의 선택을 비난하는 이들에게 “‘블로잉 인 더 윈드’나 평생 부르라는 거냐”고 반박하는 딜런에게서 사회가 원하는 모습과 자신이 원하는 길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고뇌가 묻어난다. 다만 영화가 기승전결 구조가 아니라 딜런의 시선을 따라가는 식으로 전개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컴플리트 언노운’은 다음 달 2일(현지 시간) 개최되는 미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샬라메가 남우주연상을 받으면 역대 최연소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된다. 현재 역대 최연소는 2003년 ‘피아니스트’로 받은 에이드리언 브로디로, 같은 29세지만 생일을 따지면 샬라메가 어리다.

#컴플리트 언노운#개봉#티모테 샬라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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