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버멘쉬’로 돌아온 지드래곤… “날 넘어서겠다” 거침없는 포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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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정규앨범 3집 발매… 타이틀곡 ‘투 배드’ 팝 느낌 강해
앤더슨 팩 피처링… 뮤비엔 카리나
빅뱅의 향수 물씬 풍기는 곡들도
발매되자마자 음원사이트 ‘올킬’… “수작이지만 새로움 안띈다” 평가도

25일 오후 2시 공개된 지드래곤의 세 번째 정규 앨범 ‘위버멘쉬’의 타이틀곡 ‘투 배드(TOO BAD)’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오른쪽)가 지드래곤과 커플 댄스를 추고 있다. 지드래곤의 정규 앨범은 2013년 9월 2집 ‘쿠데타(COUP D’ETAT)’ 이후 11년 5개월 만이다. 지드래곤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25일 오후 2시 공개된 지드래곤의 세 번째 정규 앨범 ‘위버멘쉬’의 타이틀곡 ‘투 배드(TOO BAD)’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오른쪽)가 지드래곤과 커플 댄스를 추고 있다. 지드래곤의 정규 앨범은 2013년 9월 2집 ‘쿠데타(COUP D’ETAT)’ 이후 11년 5개월 만이다. 지드래곤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왕의 귀환.’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지드래곤(G-DRAGON·GD)’의 컴백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K팝 신은 솔로보다 그룹이 훨씬 큰 주목을 받지만, 그만은 예외다. 2000년대 후반 한류를 이끈 아이돌 ‘빅뱅’일 때만큼 솔로 GD의 존재감은 강력하다. 솔로 1집 ‘하트브레이커’(2009년)와 2집 ‘쿠데타’(2013년)를 통해 아티스트로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5일 발매된 3집 ‘위버멘쉬(Übermensch)’는 그래서 더 관심이 컸다. 11년 5개월 만에 내놓은 정규 솔로 앨범. GD는 무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제시한 ‘초인(超人)’에서 앨범 제목을 따왔다. “자신을 초월하는 존재가 되겠다”는 메시지에서 묻어나듯, 그에겐 자기 자신만이 라이벌이라 규정하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초인의 재림에 대중은 열광했다. 이날 오후 2시 앨범이 발매되자 3집 앨범 전곡이 주요 음원 사이트를 ‘올킬’했다. 그 뜨거운 열기만큼 GD는 ‘위버멘쉬’와도 같은 음악적 성과를 이뤄냈을까. 앨범 전곡을 꼼꼼히 들어봤다.

● GD는 역시 GD

일단 확실히 ‘트렌디(trendy)’하다. 앨범에 맞춤한 8곡이 모두 GD답다고나 할까. 선공개된 1, 2번 트랙 ‘파워(Power)’와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이 K팝을 지배하던 빅뱅의 향수가 물씬했다면, 3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투 배드(Too Bad)’는 아주 투 머치(too much)하게 팝적이었다.

‘투 배드’는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앤더슨 팩의 세련된 목소리와 GD의 래핑이 무척 조화롭다. 퍼렐 윌리엄스나 브루노 마스를 처음 접했을 때 기분마저 느껴진다. 임희윤 평론가는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앨범으로 보인다”며 “최근 해외 팬들이 한류의 근원을 거슬러 2NE1이나 빅뱅 등 레전드 가수에게 관심을 갖는 경향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싶다”고 평했다.

하지만 세련된 멜로디에 비해 펀치라인은 아쉽다. “MBTI가 SEXY TYPE 하니 내 색시나 해” 같은 가사는 솔직히 올드하다. 뮤직비디오에서 ‘에스파’ 카리나와 춤추는 모습도 눈길은 가지만 ‘강남 스타일’스럽다. 정민재 평론가는 “위트로 받아들이기엔 재미가 없고, GD만의 매력적인 ‘말장난’으로 들리지도 않는다”며 “앨범 전체적으로 GD의 장기는 고스란히 담겼지만 전작을 뛰어넘는 새로움은 안 보인다”고 했다.

4번 트랙 ‘Drama(드라마)’는 셀린 디옹과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로 유명한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 다이앤 워런이 작곡했다. ‘Black(블랙)’이나 ‘무제’와 같은 GD표 발라드가 떠오르는 서정적 피아노 연주가 곡을 이끈다. 갈등 없는 관계를 지겨워하는 연인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구절인 “극에 달한 희비가 갈마드는 드라마”는 귀에 쏙 박힌다. 다만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 가사들은 맥락 없이 들어간 느낌이 없지 않다.

● GD는 GD를 넘어섰을까


전자음 없이 기타 리프에 의존한 7번 트랙 ‘보나마나(BONAMANA)’는 숨겨진 보물 같은 곡. 격한 래핑 대신 저음을 주로 활용해, 물 흐르듯 흘러가던 트랙을 환기시키는 재미가 있다. “내가 이상한 걸까. 보나 마나. 내가 잘못한 걸까? 뻔하잖아.” 금지된 사랑을 암시하는 가사도 상상력을 자극한다.

“별이 빛나는 이 밤, 가슴속 떨리는 마음.” 연인과의 달콤한 사랑을 노래한 6번 트랙 ‘Take Me(테이크 미)’의 중독성 있는 멜로디 라인도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밴드 시크(Chic)의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인 미국 뮤지션 나일 로저스의 연주도 만족스럽다. 8번 트랙 ‘GYRO-DROP(자이로드롭)’은 GD의 날카로운 래핑이 되살아나 반가움을 선사한다.

하나하나 준수하지만, 이번 앨범이 전작을 뛰어넘는 ‘초인’인지는 살짝 머뭇거려진다. 강태규 평론가는 “월드 스타에 걸맞은 퀄리티”라며 “안정적인 래핑과 도전적 시도가 어우러진 수작”이라고 했다. 반면 박희아 평론가는 “음악 산업에서 GD만이 가진 유일무이함을 재확인시켜 준 앨범”이라면서도 “비장한 메시지에 비해 새로운 음악적 시도는 잘 눈에 띄지 않았다”고 했다.

#위버멘쉬#지드래곤#정규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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