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입장 다르다고 상대 악마화해서야… 성경신앙 아닌 이념신앙으로 흘러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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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시민 행동지침 낸 신동식 목사
“지침 발표뒤 교회들 후원 끊겼지만
반대로 개인 후원은 엄청나게 늘어”

신동식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는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도 결국은 같은 공동체 구성원”이라며 “평소 입장이 다른 기사도 보며 자신이 한쪽에 치우쳐 있진 않은지 살핀다면 극단적 행동에 이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신동식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는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도 결국은 같은 공동체 구성원”이라며 “평소 입장이 다른 기사도 보며 자신이 한쪽에 치우쳐 있진 않은지 살핀다면 극단적 행동에 이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상대를 악마화해서야 되겠습니까.”

최근 개신교 시민운동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신동식 정병오 이상민)은 ‘극한 정치적 갈등 속에 있는 기독 시민을 위한 행동 지침’을 발표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를 놓고 사회는 물론이고 종교계에서도 갈등이 증폭되자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해야 할 행동 각각 9가지를 제시했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는 △주장을 폭력으로 관철하려고 하지 말라 △사실 확인 없이 카톡 내용을 전달하지 말라 △돈 받고 정치 집회에 나가지 말라 △설교 시간에 정치적 입장을 과도하게 표현하지 말라 등이 있다.

공동대표인 대한예수교 장로회(합동)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18일 동아일보와 만나 “정치적 상황 탓에 대부분 교회 내에서 신자들끼리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며 “설교 때 할 수 있는 평범한 말도 오해를 부를까 봐 신경을 쓰고 조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시국 집회는 여러 종교 단체가 관여하며 진영 갈등이 교회 실생활에서도 심각해진 상황이다. 실제로 설교 시간에 목사의 말을 각자 다르게 받아들여 신도들이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가 하면, 신자들끼리 갈등이 격해져 단체 채팅방을 폐쇄한 교회도 있다고 한다.

신 목사는 이에 대해 “한국 교회가 성경적 신앙이 아니라 자꾸 이념적 신앙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앙은 성경을 기준으로 자신이 올바른 길을 가는지 끊임없이 묻고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념적 신앙은 ‘내 생각, 내 이념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기에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은 ‘적’으로 간주한다.

자칭 목사라는 특정인이 성경 위에서 성경을 지배하려 드는 것도 이념적 신앙의 특징이라고 했다. 신 목사는 “이념적 신앙에 빠진 종교인들은 성경을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자기에게 필요한 구절만 뽑아서 이용한다”며 “최근 일부 종교 단체가 주도하는 집회나 시위가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런 것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갈라진 현시점에서 별다른 구속력도 없는 이런 행동 지침을 귀담아들을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는 “시민운동은 구속력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운동”이라며 “과거보다 양쪽 모두 더 극단화된 건 사실이지만, 상식을 가진 올바른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행동 지침을 발표한 뒤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교회들이 후원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개인 후원은 엄청나게 늘었지요. 누구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비아냥대지만…, 계란인지 아닌지는 하나님만 아시겠지요. 하하.”

#신동식#신앙#정치적 갈등#기독교윤리실천운동#행동 지침#교회 내 갈등#이념적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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