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공개 ‘자콘’ 벌써 38화
먹방-파자마 파티 등 볼거리 풍성
3번째 미니앨범 1주만에 100만장
친근한 모습으로 ‘막강 팬덤’ 확보
2023년 데뷔한 5인조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 블래스트 제공
하얀 정장 차림의 꽃미남이 외계와 지구를 잇는 포털(관문)에서 등장한다. 손에 마이크를 든 그는 트로트 가수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구성지게 부른다. 5인조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의 막내 하민이다. 하민의 노래에 맞춰 나머지 네 명도 포털에서 등장한다.
지난해 5월 공개된 플레이브의 자체 제작 콘텐츠(자콘) ‘라쓰고 플레이브’ 1화의 첫 장면이다. 이후 매주 화요일 오후 공개됐는데, 벌써 38화까지 나왔다. 라쓰고 플레이브는 “외계인 최초의 자콘”이란 콘셉트지만, 일반 K팝 아이돌만큼 내용이 풍성하다. 회당 1시간 내외 영상에서 멤버들은 먹방과 파자마 파티, 체육대회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인다.
그간 국내에서 가상 아이돌이 등장한 건 플레이브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만큼 성공을 거둔 건 거의 유일하다. 최근 K팝 아이돌 전체 성적을 살펴봐도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플레이브가 한계를 극복하고 기존 아이돌과 동등한 위치로 올라선 저력은 어디서 나온 걸까.
● 신선함에 친숙함 더한 아이돌 공식
지난달 3일 세 번째 미니앨범 ‘칼리고 파트1’으로 컴백한 플레이브의 힘은 다름 아닌 여느 K팝 아이돌 못지않은 탄탄한 팬덤이다. 앨범 발매 1주일 만에 판매량 100만 장을 넘겼고, 타이틀곡 ‘대시(Dash)’를 포함한 수록곡 5곡이 음원 차트 1∼5위를 차지하는 ‘줄 세우기’도 성공했다. 지난달 16일 방송인 김신영이 “가상 아이돌 문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가 강한 항의를 받고 사과했을 정도로 팬덤의 화력이 막강하다.
플레이브는 이처럼 가상 아이돌의 ‘신선함’에 K팝 아이돌의 성공 공식이란 ‘익숙함’을 결합시킨 게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가상 세계 멤버들이 지구 개발자에 의해 지구와 소통한다는 세계관이 신선하면서도, 영상통화 팬 사인회나 라이브 방송 같은 전형적인 아이돌 활동으로 친근하게 다가선다.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동작으로 구현한 ‘모션 캡처 기술’을 적용해 거리감을 줄인 점도 돋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전 가상 아이돌은 차가운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플레이브는 기술을 활용해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 결국은 인간적 호감이 관건
플레이브는 팬들이 가상 캐릭터 자체는 물론이고 캐릭터 뒤에 있는 ‘인간’에 주목하게 만들었다는 대목도 장점이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플레이브 오류 모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초창기 영상을 보면 기술 인식 오류로 멤버들이 감전당한 듯 동작하는 장면 등이 연출되는 경우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실수가 오히려 팬들에게 호감을 줘 그들의 ‘입덕 계기’가 됐다. 박희아 대중가요평론가는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던 이들도 플레이브의 친근한 모습을 쇼츠 등을 통해 접하며 관심을 가지게 된 경우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 멤버들이 직접 작곡, 작사, 프로듀싱에 참여하는 점도 플레이브의 인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요즘 K팝 팬들은 단순히 ‘퍼포머’를 넘어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아이돌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최근 플레이브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다른 기획사들도 가상 아이돌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플레이브의 성공이 새로운 K팝의 영역을 열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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