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망망대해서 길어올린 삶의 이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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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과학자/남성현 지음/224쪽·1만6800원·흐름출판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압은 낮아진다. 이 때문에 우주선은 인간이 지상에서 느끼는 대기압만큼의 변화만 견디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바다라면 얘기가 다르다. 수심 45m만 돼도 갈비뼈가 으스러질 만큼의 수압을 받는다. 아무리 최신 장비를 갖춘다고 해도 심해는 접근조차 쉽지 않다. 우주여행을 기대하는 시대지만, 더 큰 미지의 영역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이처럼 “우주보다 먼 세상”에 직접 배를 타고 나가 파도, 해수, 해양 생명체 등을 관찰하는 해양물리학자가 펴낸 책이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인 저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97% 이상을 차지하는 망망대해를 떠다니면서 “감옥에 수감된 것과 다름없는” 생활을 한다. 매일 범람하는 정보로부터 숨돌릴 수 있는 공간이자 인류가 쌓아 올린 문명이 무력해지는 곳에서 겪은 파란만장한 에피소드와 삶의 이치를 담았다. 수평선에 걸린 휘황한 노을 등 저자가 선상에서 직접 찍은 아름다운 사진들은 덤이다.

넓고 깊은 바다에서 길어 올린 삶의 이치는 마음을 고요히 잠재운다. 먼 곳에 거센 소나기를 예고하는 비구름이 몰려 있던 어느 날, 배의 선장이 갑판 바비큐 파티를 제안한다. 이에 저자가 비구름을 가리키자 돌아온 답은 “비는 그냥 피해 가면 될 뿐”. 저자는 “정해진 길만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나쁜 일을 요령껏 피해 갈 수도 있다는 것. 다시 땅으로 올라온 후에도 나는 이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흔히 “아름다운 수평선과 싱싱한 해산물로 기억될 뿐”인 바다가 인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부드럽게 타이른다. 기후위기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탄소를 예로 들면, 매년 16억 t 이상의 대기 중 탄소가 심해에 흡수돼 우리를 탄소로부터 보호해주고 있다. 그러나 수온이 상승하면서 그 저장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는 심해를 지키고 연구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해양물리학#기후위기#바다#삶의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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