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참가자 제연이 녹슨 대문을 열고 천천히 저택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정원엔 고색창연한 나무들이 가득하다. 노랗게 벽을 칠한 집은 영화에서나 마주할 것 같은 모습. 걱정 반, 설렘 반 두근거리는 감정. 그 안에선 누가 기다리고 있을까.
한국에서 연애 예능 프로그램을 일컫는 대명사가 된 ‘하트시그널’의 후속작인 채널A 새로운 연애 예능 ‘하트페어링’(사진)이 7일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하트페어링’은 2017년 첫 방송 이후 시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킨 ‘하트시그널’ 제작진이 야심 차게 선보이는 작품. 2023년 8월 ‘하트시그널4’ 이후 1년 7개월 만에 시청자를 다시 찾아왔다. ● ‘냉정과 열정 사이’ 예능 버전
‘하트시그널5’가 아니라 ‘하트페어링’으로 옷을 갈아입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총 25일 동안 진행된 촬영 가운데 5일은 이탈리아 해외 로케이션으로 찍었다는 점이다. 피렌체가 주도인 토스카나주의 이국적 풍경 속에서 참가자들이 호감을 쌓는 과정이 근사하게 펼쳐진다.
7일 첫 화가 방영된 채널A의 새로운 연애 예능 프로그램 ‘하트페어링’.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여성 출연자 제연(왼쪽)이 밝은 성격을 가진 남성 출연자 찬형과 대화하고 있다. ‘하트시그널’ 제작진이 만든 ‘하트페어링’은 이탈리아 현지에서 촬영하며 이국적인 풍광을 담았다. 채널A 제공 7일 첫 방송에선 차분한 성격의 제연과 활달한 하늘 등 상반된 매력을 지닌 출연자 6명이 고풍스러운 저택에서 처음 만나는 내용이 담겼다. 멋진 현지 음식과 와인을 앞에 두고 청춘 남녀는 망설이듯 다가가고 조심스레 질문하며 ‘썸’을 탔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조금씩 다가서려 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피렌체가 주 배경인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2003년)를 보는 듯 짜릿하다.
결혼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도 ‘하트페어링’의 새로운 면모. ‘하트시그널’이 설렘과 연애에 방점을 뒀다면, ‘하트페어링’은 서로의 가치관 등을 살피며 미래의 배우자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은 서로의 외모나 분위기뿐 아니라 대화하는 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서로 만나기 전 자신의 결혼 가치관에 대한 33가지 질의응답을 쓴 ‘페어링북’을 만들어 뒀다. ‘배우자와 함께하고 싶은 일상’ ‘가장 힘들었던 순간’ 같은 내용도 있지만, ‘자가와 전세 중 어떤 신혼집을 선호하는지’ ‘어떤 수면 형태를 원하는지’ 등 현실적인 내용도 적지 않다. 참가자들은 이성적 끌림뿐 아니라 이런 가치관을 고려하며 호감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하트페어링’ 제작진이 결혼에 무게를 둔 건 이른바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참가자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고려해서라고 한다. 박철환 PD는 7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연애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이 결혼이다.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이성을 만나기 어려운 나이대의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결혼 상대를 고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수가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 현실적인 문제 다뤄 공감 극대화
그래서인지 ‘하트페어링’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며 공감을 자아낸다. 한 여성 출연자는 자가를 소유한 남성 출연자의 페어링북을 읽은 뒤 호감을 느낀다.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이나 일에 대한 신념을 페어링북에 세세히 적은 출연자도 있었다.
MC를 맡은 가수 윤종신은 간담회에서 “출연진의 마음가짐이 좀 더 진지해졌고, 훨씬 더 현실적”이라며 “단순 호감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조건들을 고려해 가며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기 때문에 이전 방송에선 볼 수 없었던 모습이 담겼다”고 했다. 함께 MC를 맡은 배우 이청아도 “현실의 연애는 너무 영화 같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하트페어링’은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재미가 적절히 섞여 있다”고 말했다.
MC들이 출연자들의 호감 여부를 맞히는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특히 하트시그널 시즌1부터 터줏대감인 윤종신뿐 아니라 이청아, 슈퍼주니어 최시원, 오마이걸 미미, 박지선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참여해 출연자들의 심리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나이, 직업을 공개할 수 없다. 다만 매일 밤 호감이 가는 상대에게 익명의 문자를 보낸다.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밤에는 가장 큰 두근거림을 안긴 이성에게 엽서로 마음을 전하게 된다. 2화는 14일 오후 10시 50분 채널A에서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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