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리움미술관
美박물관 소장 ‘평안감사…’ 8폭병풍
16개월간의 보수 마치고 국내 전시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를 보수하는 리움미술관 연구원들이 병풍 아래쪽에 비단을 새로 붙이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조선 3대 누각 중 하나로 꼽히는 평양 부벽루(浮碧樓)에서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 도과(道科·각 도 감사에게 명해 실시한 특수한 과거시험)에 급제한 두 유생을 위한 환영회다. 평안감사 오른편엔 관복으로 갈아입은 유생이 앉았고, 뜰에선 줄타기와 극놀이가 한창이다. 부채질하는 양반, 아이를 옆구리에 낀 여인 등 수백 명의 구경꾼이 잔치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10일 공개한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8폭 병풍(가로 5m, 세로 1.7m) 가운데 6번째 화폭의 내용이다. 19세기 초 제작으로 추정되는 이 병풍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피보디에식스박물관(PEM)이 1927년 일본 고미술 무역상으로부터 매입해 소장 중이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리움미술관이 1년 4개월에 걸쳐 보수했다.
보존 처리를 위해 2023년 11월 국내로 들여온 병풍엔 벌레 먹은 구멍이 약 1만 개에 이르렀다. 8폭은 낱장으로 분리된 채였고, 전반적으로 꺾임과 갈라짐 등 손상이 큰 상태였다. 남유미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충해가 보존 처리 경력 25년 가운데서도 손꼽을 정도로 심각했다. 연구원 셋이 매일 12시간씩 3개월간 매달려 구멍을 메웠다. 종이 제작 당시 색을 희게 만들려고 섞은 쌀가루가 원인”이라며 “귀한 쌀을 썼고, 그림 일부에 금칠을 했단 점에서 고위 관료의 주문작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림은 원래 ‘평안감사향연도’라고 불렸으나, 보수 과정에서 낱폭의 올바른 순서와 향연의 목적이 확인돼 더 정확한 이름을 얻게 됐다. 남 연구사는 “그림 속 행렬의 장소와 방향을 19세기 평양성도와 비교해 동선을 파악했고, 급제자가 입고 있는 복식의 변화와 횃불의 밝기 정도 등으로 선후를 유추했다”고 했다. 병풍은 다음 달 6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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