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발레단이 선보이는 ‘데카당스(Decadance)’ 공연을 앞두고 내한한 이스라엘 출신 거장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73)은 12일 세종문화회관 오픈스테이지에서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대뜸 춤을 권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춤 전도사’는 “춤은 몸이라는 감옥에서 우리 자신을 꺼내 주는 도구라고 생각한다”며 “‘데카당스’는 단지 무용수들의 댄스를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을 춤으로 초대하는 놀이터와 같다”고 덧붙였다.
동시대 가장 혁신적인 안무가로 꼽히는 오하드 나하린은 모국 이스라엘의 바체바 무용단 예술감독으로 활약하며, 바체바 무용단을 세계적인 무용단으로 성장시켰다.
‘데카당스’는 2000년 나하린이 바체바 무용단 예술감독 취임 10주년을 기념해 그의 대표작들을 하나로 엮어 선보인 공연. 그의 독창적인 안무와 예술 세계가 집약돼 있다는 평이 나온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등 세계 유수의 무용단에서 꾸준히 공연돼 왔고, 국내에선 2002년 LG아트센터에서 바체바 무용단 내한 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바 있다.
이번 공연은 나하린의 대표작들을 서울시발레단 버전으로 선보인다. ‘마이너스 16(Minus 16)’, ‘아나파자(Anaphaza)’, ‘베네수엘라(Venezuela)’ 등 1993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그의 안무작 8편을 한 편으로 엮었다. 이스라엘 전통 음악부터 차차·맘보 등 다양한 라틴 댄스 음악, 감각적인 시각 연출,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이 특징이다.
바체바 무용단의 ‘데카당스’ 공연사진ⓒAscaf(세종문화회관 제공)
“내 언어는 춤…연습할 때 거울 가리는 이유는”
그는 서울시발레단과 처음으로 작업을 함께한 소감에 대해 “무용수들 역량도 뛰어나지만, 환대하고 친절을 베푸는 자세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발레단 무용수들에게 “연습할 때 거울을 보지 않고 춤을 출 것”을 강조한다고 했다. “자기 감각에 집중하기 위해선 거울을 커튼으로 가리고 연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그러면 무용수들은 내 상상을 넘어서는 것을 표현해 낸다”고 덧붙였다.
무용계에 몸담은 지 50여 년. 나하린은 “내 언어는 춤”이라며 “이 언어를 통해 탐구하고 싶은 것은 ”움직임 자체가 아니라 움직임의 질“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 2025.3.12/뉴스1 ⓒ News1
그러면서 ”같은 춤을 추더라도 A라는 무용수는 나를 울리지만, 무용수 B는 나를 졸리게 만든다“며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발견하고 연구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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