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가오픈한 서울 송파구의 ‘그래픽 바이 대신’ 전경. 이설 기자 snow@donga.com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수직으로 탁 트인 공간, 전면 유리로 비쳐드는 햇살, 영화관 같은 아늑한 좌석…. 인스타그램에서 미리 엿본 ‘그래픽 바이 대신’은 분위기 좋은 도서관처럼 보였다. 답답하고 습한 기존 만화방은 물론 멀티방 같은 요즘의 만화카페와도 다른 느낌이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대신위례센터에 가오픈한 그래픽 바이 대신은 이태원의 ‘그래픽’과 대신증권이 손을 잡고 만들었다. 대신증권의 제안으로 코로나 이후 비어 있던 대신위례센터를 그래픽 2호점으로 꾸몄다고 한다. 지역에 기여할 공간 마케팅을 고민하던 대신증권과 2호점 자리를 물색하던 그래픽이 ‘윈윈’한 셈이다.
야외 선큰의 모닥불 좌석. 메인홀 오른편에서도 차창 너머로 ‘불멍’을 즐길 수 있다.1층에 들어서니 카페 겸 대기 공간에 띠처럼 둘러둔 ‘영챔프’가 추억열차에 불을 댕겼다. 홍승주 매니저는 “가오픈한 지 3달이지만 주말엔 대기팀이 100팀 남짓”이라며 “대기 시간에 읽을 수 있도록 개인 소장가에게 ‘영챔프’ 50여 권을 비치해뒀다”고 했다. 이곳은 비용을 지불하면 좌석(총 76개)이 지정되는 시스템이다. 3시간에 2만 원(리딩룸은 18000원)을 내면 도서와 음료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좌석은 크게 메인홀과 리딩룸으로 나뉘는데, 독서에 주력하는 이들은 메인홀, 노트북을 사용하는 이들은 리딩룸을 선호한다. 아늑한 리딩룸 좌석에 앉으려다 “불멍이 보이는 홀 좌석이 인기”라는 매니저의 안내에 마음을 바꿨다.
본점처럼 위례점도 ‘철학’ ‘문학’ ‘순정만화’ ‘직업만화’ ‘추천작’ 등 주제별로 작품을 분류해뒀다.그래픽 바이 대신은 국내외 만화, 그래픽 노블, 아트북 등 2000여 권을 갖추고 있다. 백재훈 그래픽 대표는 “방문객들의 취향을 반영해 도서를 늘려갈 계획”이라며 “3월 정식 오픈에 맞춰 2층에 어린이 전용 공간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본점처럼 위례점도 주제별로 작품을 분류해뒀다. 메인홀 정면의 ‘거장’ 코너를 비롯해 ‘철학’ ‘문학’ ‘순정만화’ ‘직업만화’ ‘일상·힐링·성장’ ‘코메디’ ‘음식’ ‘성인’ ‘코메디’ 등이 있다. 만화뿐 아니라 A3 크기의 작품 같은 아트북도 곳곳에 비치돼 있다. ‘건축’ ‘디자인’ 코너에는 ‘폼페이’ ‘자하 하디드’ ‘왕의 스타일’ ‘제임스 터렐’처럼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아트북으로만 책장을 꾸몄다. ‘스포츠·아웃도어’ 코너에선 레이싱을 소재로 한 만화와 관련 아트북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만화가 낯설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홍 매니저는 “10명이 취향껏 매달 추천작을 골라 전시해둔다”며 “책을 고르기 힘들면 익숙한 작품이 많은 ‘거장’ 코너부터 둘러보길 권한다”고 했다. 위례에 거주하는 안혜리 씨(37)는 “그래픽 바이 대신 덕분에 오랜 만에 만화와 다시 조우했다”며 “‘시마과장’ 같은 일본 만화를 주로 보는데, 업무로 만나는 일본인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