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밤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주왕산국립공원에 산불이 번지고 있다. 주왕산 바로 아래 대전사가 보인다. 뉴스1
경북 안동 병산서원과 하회마을 등 주요 문화유산 코앞까지 번졌던 산불이 밤새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언제 다시 튈지 모르는 불씨에 관련 당국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2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전날 밤 직선거리 약 3km까지 산불이 접근했던 병산서원은 외곽 지역을 경계로 산불 확산이 잦아든 상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오전 9시 기준 시야가 개선됐으며 바람은 잦아들었다”며 “유사 시에 대비해 병산서원에는 진화차 2대, 하회마을에는 10대가 집중 배치돼 있다”고 말했다. 시야가 확보되면서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주변에는 헬기를 투입해 산불 접근을 저지할 방침이다.
전날 경북 청송군 주왕산 국립공원으로 번진 불은 천년고찰 대전사에서 직선거리로 약 4㎞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 다행히 사찰까지 옮겨붙진 않았다. 사찰 내에는 17세기 조선의 목조 건축물인 보물 ‘보광전’이 있다. 당국은 보광전을 포함한 주요 문화유산을 전날 방염포 등으로 감싸 보호해뒀다. 옮기기 어려운 석탑을 제외한 문화유산은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산불이 확산하는 지역에서 멀지 않은 사찰들은 서둘러 방재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대구의 천년고찰인 용연사에선 소장 보물인 ‘금강계단(戒壇)’에 밤새 방염포 작업이 이뤄졌다. 용연사는 신라신덕왕 3년인 914년에 보양국사가 창건한 곳으로, 금강계단은 승려가 지켜야 할 계율을 수여하는 식장이다. 17세기 초 조선 광해군 대에 만들어졌다. 또 다른 17세기 보물인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은 복장유물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상태다.
27일 오전 11시까지 문화유산에 발생한 누적 피해는 하루 새 3건 늘어난 총 18건으로 집계됐다. 안동 용담사의 무량전과 금정암 화엄강당이 전소됐고, 의성 관덕동 석조보살좌상도 불타 사라졌다.
앞서 26일에는 고택과 숲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국가민속문화유산인 청송 송소 고택과 서벽고택은 건물 일부가 소실됐고, 사남고택은 전소됐다. 안동에서는 명승 만휴정 원림 중 전면에 있는 소나무 숲 일부가 피해를 입었다. 천연기념물인 안동 구리 측백나무 숲은 0.1ha가 불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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