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극중 ‘짜증나’는 미안함 스민 말…실제 부모님에도 써요”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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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 금명 1인 2역을 맡은 가수 겸 배우 아이유.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 금명 1인 2역을 맡은 가수 겸 배우 아이유. 넷플릭스 제공
“짜증나.”

지난달 28일 마지막 회가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딸 금명(아이유)은 부모에게 이 말을 자주 한다. 단순한 불평이 아니다. 애틋함과 미안함이 스민 말이다.

2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32)는 이 문장을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로 꼽으며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했다.

“진짜 사랑하고, 미안하고, 걱정돼서 나오는 말이에요. 그걸 다 말로 못 하니까 ‘짜증나’라고 하게 되죠. 저도 실제로 부모님이 아픈데도 청소하고 밥까지 해두시면 ‘짜증나’ 밖에 못 하겠더라고요. 하하.”

아이유는 10대의 반짝이는 눈빛을 가진 ‘애순’부터 자신의 감정을 꾹 눌러 담는 어른 ‘금명’까지, 1인 2역으로 모녀를 연기했다. 두 인물의 결이 다르기에 난이도도 높았다. 그런 그가 자신과 닮았다고 꼽은 인물은 10대 애순이었다.

“제가 10대였을 때와 정말 많이 닮았어요. 지고 싶지 않아 하고, 뭐든 다 해보고 싶고, 화가 나면 그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면이요. 그러면서도 회복도 빠르고, 낙천적인 성격이 저랑 많이 겹쳤어요.”

딸 ‘금명’을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내레이션이었다고 한다. 금명의 시점에서 지난날을 돌아보는 형식의 내레이션은 작품 전체의 정서를 이끌고 간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본 금명이가 과거를 회고하는 구조예요. 어리게 들리지 않도록, 감정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계속 조율했어요. 녹음만 두 달 넘게 했습니다.”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고생 가득한 애순의 삶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 사람이 자기 인생을 시집 한 권처럼 써 내려간다고 생각했어요. 매 장마다 고통과 기쁨, 아쉬움과 희망이 담긴 시집이죠. 그 시집에 한 장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면, 그 삶은 진짜 잘 산 거 아닐까요.”

스타 가수에서 연기력도 인정 받는 배우로 자리 잡은 아이유. 자신의 20, 30대를 하나의 시집으로 묶는다면 어떤 제목이 어울릴까. 그는 망설임이 없었다.

“‘연필을 다시 깎겠습니다.’ 20대를 정말 치열하게 살았어요. 날카로운 연필심처럼 온 힘을 다해 쓰듯이요. 이제는 그 연필이 좀 뭉툭해졌다고 느껴졌어요. 다시 깎아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어요.”

인터뷰 끝자락, 4계절로 구성된 작품에 비유해, ‘지금 자신을 어떤 계절일 것 같냐’는 질문을 던졌다. 앞서 상대역 관식을 연기한 박보검은 “봄”이라 답했다.

아이유는 “가을”이라고 했다.

“여름처럼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이 있었고, 지금은 그 시간을 돌아보며 수확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지금, 가을 같아요.”

#폭싹 속았수다#시집#애순#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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