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손주도 내딸 진 빼면 밉지’ 말은 제 엄마도 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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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중년의 애순을 연기한 배우 문소리. 넷플릭스 제공
“암만 손주여도 내 딸 진을 너무 빼면 밉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중년의 애순(문소리)이 딸 금명(아이유)의 딸에게 던지는 이 말은 단순한 투정이 아니다. 다투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애지중지 키운 딸에 대한 깊은 사랑이 묻어난다.

배우 문소리(51)는 2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나 이 대사를 “가장 마음에 남는 말”로 꼽았다.

“저희 엄마도 제 딸에게 비슷한 말씀을 하셨어요. 손녀를 사랑하시면서도 ‘너희 엄마 너무 힘들게 하지 마라. 우리 딸 너무 힘들면 나도 속상하다’고요.”

문소리는 영화 ‘오아시스’(2002년), ‘바람난 가족’(2003년) 등에서 강렬한 인물들을 연기해왔다. 반면 애순은 전을 부치고, 김밥을 싸며, 자식 뒷바라지에 속상해하는 ‘보통의 엄마’다. 하지만 문소리는 오히려 애순이 “어려운 캐릭터”였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인물이에요. 하지만 그 안에 많은 시간이 있고, 감정이 있고, 사랑이 있어요. 그걸 억지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냥 ‘엄마’로만 보이지 않도록 조심했어요.”

현장에서 문소리는 자주 자신의 가족을 떠올렸다고 한다. 특히 극 중 금명이 엄마에게 퉁명스러운 장면에선 자신의 삶과 맞물려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고.

“미워하기보단 미안했어요. 우리 딸이 그런 상황이라면 얼마나 속상했을까 싶었죠. 그래서 늘 금명이가 짠하고 안쓰러웠어요.”

그가 본 애순은 어떤 사람일까. 문소리는 잠시 생각을 고른 뒤 답했다.

“애순이 남편을 떠나보낸 뒤 이렇게 말해요. ‘그런 복은 내리 안 와’, ‘수만 날이 봄이었더라’. 마치 꽃밭에서 살아온 사람처럼요. 누구나 인생엔 힘든 날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삶을 결국 봄날로 기억하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참 대단하지 않나요?”

#폭싹 속았수다#애순#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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