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운명’ 탄생시킨 베토벤의 인생 극장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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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노먼 레브레히트 지음·장호연 옮김/548쪽·2만5000원·에포크


‘또 베토벤?’이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운명 교향곡’, ‘월광 소나타’, ‘합창’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베토벤은 친숙한 이름이니까.

하지만 영국 클래식 음악 평론가인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베토벤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상이 멈췄던 시기에도 세계 곳곳에서 베토벤의 음악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고립과 불안 속에서도 사람들을 잇는 힘이 음악에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베토벤의 음악을 “몽블랑산처럼 언제나 거기 있는 존재”라고 비유한다.

이 책은 베토벤의 음악을 중심으로 그의 삶과 시대, 그리고 작품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는 대중서다. 전기나 이론서처럼 딱딱하지 않다. 3∼5쪽 분량의 짧은 글들로 구성돼 있어 어느 장을 펼치더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베토벤은 한 곡 안에서도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며 곡에 얽힌 역사와 주변 인물, 작곡 당시의 상황을 함께 소개해 베토벤 음악을 시대와 인간의 맥락 속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직관적이고 유머러스한 비유가 많다. 예컨대 교향곡 3번 ‘영웅’의 도입부를 두고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는 몽둥이처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은 대포처럼 지휘한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연주자에 대한 평가도 이 책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1915∼1997), 에밀 길렐스(1916∼1985) 등 대표적인 음악가들이 베토벤의 작품들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비교한다.

베토벤의 인간적인 면모도 조명한다. 청력을 잃은 뒤 쓴 유서, ‘불멸의 연인’에게 보낸 편지, 매일 아침 빠짐없이 마셨던 진한 커피까지. 위대한 작곡가이기 이전 인간 베토벤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입문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책에 소개된 베토벤의 음악을 함께 들으며 읽는다면 더 흥미로운 감상이 가능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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