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위가 긍정적 감정 불러
행동경제학 연구 권위자 저자… 일상 속의 소소한 ‘의식’ 조명
운동선수 불안 잠재우는 ‘수행’… 음식 맛 한층 돋우는 ‘음미’ 등
상황별 행위 10가지로 분류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마이클 노턴 지음·홍한결 옮김/348쪽·1만9800원·부키
매일 아침 그저 잠에서 깨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두를 일정한 굵기로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시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것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의식(리추얼·ritual)’이 될 수 있다. 우리 일상에서 전통 의식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지만, 그럼에도 효율성을 위해 반복하는 행위인 ‘습관’이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며 반복하는 ‘의식’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꼽히는 라파엘 나달은 경기 도중 집중하면 상의를 잡아당기고,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얼굴을 닦고 엉덩이에 낀 바지를 빼는 행동 패턴을 반복하기로 유명하다.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항상 오른발로만 필드에 첫발을 내디디며, 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는 매일 저녁 욕조에 몸을 담그고 사과 하나를 먹었다.
스포츠 경기처럼 중요한 기로에 섰을 때부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가 의식처럼 행하는 사소한 행위, ‘리추얼(ritual)’을 다각도로 살펴본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이자 ‘이케아 효과’ 연구로 유명한 행동경제학 연구 권위자다.
‘이케아 효과’는 값비싼 가구보다 부품 하나하나 직접 조립해 완성한 가구에 더 애착을 갖는 심리 현상을 일컫는다. 이런 이케아 효과처럼 단순히 반복하는 습관이 아니라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을 저자는 ‘리추얼’로 정의한다.
이를테면 매일 아침 카페인을 섭취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건 습관이지만, 굵게 간 커피 원두를 오로지 프렌치프레스로만 내려 마시는 행위는 리추얼이다. 습관은 일상을 자동화해 효율적 일 처리를 돕는 반면, 리추얼은 감정을 유발해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이런 기준에 따라 사람들이 행하는 ‘리추얼’의 효과를 책은 크게 10가지(수행 음미 절제 변화 화합 계승 애도 소속 포용 치유)로 분류했다. 먼저 ‘수행’은 중요한 경기나 무대를 앞두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준다. 나달의 옷 당기기부터 시험을 앞둔 학생이 늘 같은 치약을 쓰는 것까지, 이러한 ‘수행 리추얼’은 불안감을 이겨내고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기를 불어넣는다.
그런가 하면 ‘잔을 45도 각도로 기울’이고, ‘거품의 두께는 3cm’로 맥주를 따르거나, 스칸디나비아에서 매일 오전 10시 커피, 차, 과자를 즐기는 ‘피카’처럼 무언가를 소비하는 경험을 한층 고양하기 위한 ‘음미’의 리추얼도 있다. 반대로 특정 요일이나 달에 평소 즐기던 것(음식)을 포기하거나 음악 연주를 금지하는 등 ‘절제’에도 리추얼은 활용된다.
또 나무 위에서 하루를 지내거나 사람들 앞에서 긴 경전 구절을 암송하는 ‘통과의례’는 어른이 되는 단계를 인식하게 만든다. 이러한 리추얼은 여러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몸을 활용하는 ‘신체적 요소’가 들어가고, 용기나 독립성을 시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고안된 리추얼을 통해 미성년자는 다음 걸음을 내디딜 때임을 느끼고 받아들이게 된다.
연인끼리 생일마다 좋아하는 재즈 연주가의 앨범을 선물하며 애정을 확인하는가 하면, 관계의 끝을 고하는 리추얼로 나쁜 감정을 털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한 부부는 이혼식을 교회에서 올리고 “혼인으로 내게 졌던 의무를 면해 드리니 내가 당신에게 끼친 아픔을 용서해 달라”는 서약을 낭독했다. 참석자는 이 의식에 감동을 받고 “리추얼이 과정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느꼈다”고 했다.
감정을 풍요롭게 해주는 ‘리추얼’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힘을 발휘한다. 슬프거나 우울할 때 행복하기로 다짐한다고 행복해질 수는 없다. 대신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트는 자기만의 리추얼로 감정을 전환시켜야 한다. 해마다 생일 케이크의 초를 끄거나, 성묘로 누군가의 존재를 애도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삶은 ‘버티는 하루’가 아닌 ‘살아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다. 책 속의 ‘리추얼’들은 그런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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