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展 통해 대담하고 독창적인 영감의 원천 배우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0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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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영감’ 세 번째로 봉감독 선택한
아카데미영화박물관 홈마 관장 인터뷰

지난달 23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디렉터스 인스퍼레이션: 봉준호’. 벽면엔 봉준호 감독이 영향받은 영화 포스터가 여럿 걸려 있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제공
지난달 23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디렉터스 인스퍼레이션: 봉준호’. 벽면엔 봉준호 감독이 영향받은 영화 포스터가 여럿 걸려 있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제공
“봉준호 감독(55)의 ‘자막이라는 1인치 벽만 넘으면 더 많은 훌륭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을 굳게 믿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의 에이미 홈마 관장은 10일 동아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이 한 마디를 유독 강조했다. 봉 감독이 2020년 영화 ‘기생충’(2019년)으로 제7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남겼던 소감이다. 홈마 관장은 “미 영화 팬들에게 한국 감독의 전시를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데 적절한 표현”이라고 짚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의 에이미 홈마 관장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의 에이미 홈마 관장
“봉 감독은 대담한 이야기와 장르의 융합, 독창적인 서사 방식으로 세계 영화계에서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어요. 관람객 모두가 그의 창작 방식과 영감의 원천을 흥미롭게 배우고 가기를 바랍니다. 그의 작품을 잘 모르는 관람객이라도 전시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커지게 될 겁니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아카데미시상식을 주관하는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재단이 2021년 LA에 설립한 미 최대 규모의 영화 전문 박물관이다. ‘디렉터스 인스퍼레이션(Director’s Inspiration·감독의 영감)’을 주제로 한 시리즈를 진행 중인데, 스파이크 리(미국)와 아녜스 바르다(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 주인공으로 봉 감독을 택했다. 지난 달 23일(현지 시간) 개막한 전시 ‘디렉터스 인스퍼레이션: 봉준호’는 2027년 1월 10일까지 이어진다.

박물관 측은 봉 감독의 서울 작업실을 직접 방문한 뒤 전시 설계를 시작했다고 한다.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인 미셸 푸에츠는 “방문 당시 봉 감독의 작업실은 벽 전체가 스토리보드로 가득했고, 테이블엔 촬영 당시 메모와 노트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며 “그 공간 자체가 창작의 기록이자 구조물이었다. 그걸 전시장에 고스란히 옮겨오려 했다”고 회고했다.

전시는 박물관 2층 전체를 활용해 구성됐다. 중심부에는 봉 감독이 실제 작업에서 사용했고, 영화 ‘설국열차’(2013년) 마지막 장면에도 나왔던 책상이 놓여있다. 벽면엔 수십 장의 스토리보드가 걸렸고, 책장에는 각 영화와 관련된 소장품과 메모가 전시됐다.

푸에츠 큐레이터는 “봉 감독은 촬영 전 단계에서 머릿속으로 영화를 완성해 둔다. 그의 스토리보드는 단순한 참고자료가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공유하는 시각적 대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엔 봉 감독의 창작 원천을 보여주는 기록도 다수 포함돼 있다. 연세대 영화 동아리 활동 당시 작성한 문서, 초기 습작 노트, ‘기생충’ 촬영 현장에서 감독이 직접 찍은 사진 등이다. 푸에츠 큐레이터는 “배우 조여정, 이선균이 함께 웃는 장면이 담긴 사진은 연출가가 아닌 동료이자 기록자로서의 봉 감독을 보여준다”며 “영화라는 공동작업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고 했다.

전시장 벽엔 봉 감독이 창작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인생 영화 20여 편의 포스터도 걸려 있다. ‘택시 드라이버’(1976년), ‘양들의 침묵’(1991년) 등이다. 봉 감독의 영화에 등장했던 상징적인 소품들도 함께 전시됐다. 예를 들어 ‘기생충’에서 계급적 욕망과 불운의 상징으로 쓰였던 ‘수석’(壽石)이나 ‘옥자’(2017년)에 나온 슈퍼 돼지 옥자의 머리 모형 등이다.

푸에츠 큐레이터는 “‘살인의 추억’(2003년) 대본 옆 메모, ‘플란다스의 개’(2000년) 촬영 당시 작성한 콘티를 보면, 그는 끊임없이 영화를 공부하는 감독이란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고도 했다.

이번 전시는 CJ ENM이 아카데미영화박물관과 한국 영화의 세계화를 위해 올 3월 체결한 3년 파트너십의 첫 결과물이다. CJ ENM은 올 1월 창립 30주년을 맞아 독보적인 성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비저너리(Visionary)’ 작품으로 봉 감독의 ‘설국열차’, ‘기생충’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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