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보수-진보 뇌 따로 있다… 뇌과학이 찾은 ‘신념의 기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9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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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 경계하는 편도체 기능… 보수-진보주의자 가를 수도
선조체 도파민 수치 높은 경우… 경직된 사고 벗어나기 어려워
신념이 뇌 구조 바꿀 수도 있어… 생물학적 결정론은 경계해야
◇이데올로기 브레인/레오르 즈미그로드 지음·김아림 옮김/380쪽·2만2000원·어크로스

뇌 구조에 따라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을 잠재적 가능성이 다르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정치적 성향이 우리 몸속 세포 차원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견해가 흥미롭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뇌 구조에 따라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을 잠재적 가능성이 다르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정치적 성향이 우리 몸속 세포 차원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견해가 흥미롭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극단주의에 취약한 뇌가 따로 있을까?

‘누군가의 뇌를 살피면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을 잠재적 가능성이 높은지 알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꽤 도전적인 견해다. 어떤 뇌가 극단주의에 특별히 취약하고, 어떤 뇌가 유연하고 탄력적일까.

저자는 2020년 포브스 ‘30세 이하 과학 분야 30인’에 선정된 신경과학자다. 정치를 신경과학과 연결해 이데올로기적 사고의 기원과 결과를 연구하는 ‘정치신경과학’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이 우리 몸속 세포 차원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견해가 흥미롭다.

극단주의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신념을 열성적으로 믿은 나머지 목숨을 바치는 일도 불사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상황에 따라 생각을 유연하게 바꾸는 데 주저함이 없다. 저자는 뇌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현대 과학기술을 이용하면 이데올로기가 인간의 두뇌 구조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하는지 묻는 게 가능하다는 것.

저자는 민족주의와 종교, 인종주의, 극우와 극좌 등 다양한 이데올로기에 대해 이 같은 탐구가 가능하다면서 경직된 사고를 하는 사람을 ‘이데올로기 주의자’로 명명한다. 한 연구에서 이데올로기 주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은 뇌의 보상 회로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경직된 사고를 하는 사람은 전전두엽 피질에서 도파민 수치가 낮고, 선조체에서 도파민 수치가 높은 경향이 있었다. 선조체는 대뇌 심부의 기저핵에 위치한 뇌 영역으로, 보상을 얻기 위한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자는 이러한 유전자 프로필을 가진 사람은 사고방식이 경직될 위험성이 높다고 했다.

여러 연구에서 보수적인 사람들은 진보주의자에 비해 오른쪽 편도체가 좀 더 큰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아몬드처럼 생긴 편도체는 두려움과 분노, 혐오, 위험, 위협 등 부정적으로 얼룩진 감정의 처리를 도맡는다. 보수적인 참가자들은 오른쪽 편도체가 컸다. 저자는 이를 편도체의 기능과 보수 이데올로기의 기능이 밀접하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둘 다 위협에 대한 경계심과 제압당하는 데 대한 두려움을 중심축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타고난 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저자가 내린 답은 “그렇진 않다”이다. 인간은 성격과 생물학적 속성이 특정한 조합으로 뒤섞인 칵테일과 같아서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는 뇌가 전부 동일하진 않다는 것. 경직된 교리를 잘 받아들이는 뇌라 해도 그런 특성이 실제론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읽으면 읽을수록 간단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편도체가 큰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을 더 잘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구조화되었기 때문에 보수 이데올로기에 끌리는 걸까, 아니면 보수 이데올로기에 몰입한 경험이 뇌 구조를 변화시킨 걸까. 만약 유연성을 촉진하는 유전자형을 가졌지만 행동과 상상력을 엄격히 규제하는 독단적이고 절대주의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떻게 행동할까.

저자 역시 화살이 양방향을 가리킬지도 모른다고 한걸음 물러선다. 우리의 뇌가 정치적 사고를 조각하기도 하고, 이데올로기에 세뇌된 결과 뇌가 변화되기도 한다는 것. 간단명료한 답을 원했던 독자라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답이 간단할 거란 기대부터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극단주의와 인간의 생명 현상이 별개가 아니라는 의견이 흥미롭다.

#극단주의#뇌 구조#이데올로기#정치신경과학#보수주의#진보주의#편도체#인간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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