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는 ‘실패의 귀재’였다. 20세기 대문호로 알려진 그가 실패의 달인이었다니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신간에 따르면 카프카는 차오르는 영감을 온전히 글로 풀어내고 싶었지만, 매일 일상과 번민에 치여 혹은 더 급한 일로 인해 온전히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한다. 카프카가 그의 원고 중 다수를 ‘미완결’ 상태로 둔 것도 자신의 기준에서 무수하게 반복됐던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 이후에 더 나은 완벽한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글을 완결 짓지 않고 남겨 뒀던 것이다.
프랑스 출신 작가, 번역가이자 출판 교정자로 일했던 저자가 글쓰기의 어려움과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에 대한 생각을 철학적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토머스 핀천, 살만 루슈디 등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옮기면서 글쓰기와 언어의 문제에 골몰했다. 신간에선 특히 카프카를 비롯해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인 장 콕토와 포르투갈의 유명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이야기에 공을 들인다.
카프카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그는 여전히 성공한 작가다. 저자는 대다수의 유명 작가들에게도 하루에 두 시간 이상 글을 쓰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며, 완벽한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음을 강조한다. 대신 그들은 공통적으로 “실패와 더불어 썼다”고 설명한다.
위대한 작가들의 공통점은 실패를 긍정하거나 ‘더 나은 실패’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콕토는 “실패의 미학이야말로 유일하게 지속 가능한 미학”이라고 지적한다. 숱한 실패를 겪었던 거장들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실패를 사유할 수 있게 하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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