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2006년)에서 무능력한 가족이 힘을 합쳐 싸우는 장면,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년)에서 변두리 사람들이 서로를 돌보는 부분을 제일 좋아합니다. ‘썬더볼츠*’에서 아웃사이더 히어로들이 함께 힘을 합치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나요.”
해리 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30일 국내 개봉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썬더볼츠*’의 한국계 미국인 편집 감독 해리 윤(54)은 같은 날 한국 언론과 진행한 화상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계 미국인 미술 감독 그레이스 윤(43)은 “우리 영화엔 주변에 있는, 땅 위를 걷는 히어로가 등장한다”며 “다른 마블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독특한 지점”이라고 했다.
영화 ‘썬더볼츠*’의 주인공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썬더볼츠*’는 어벤져스가 없는 세상에서 MCU의 새로운 영웅의 탄생기를 그린 작품이다. ‘옐레나’(플로렌스 퓨), ‘윈터 솔저’(서배스천 스탠), ‘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 등 주인공들은 특별한 초능력이 없다. 전통적인 영웅상과 어긋날 정도로 결점이 가득한 일종의 ‘안티 히어로’다.
특히 두 사람은 지금까지의 마블 영웅과는 다른 캐릭터를 그리는 데 중점을 뒀다. 그레이스 윤은 “레드 가디언은 ‘다 놔 버린 사람’, ‘포기하고 과거의 향수에 묻혀 사는 사람’으로 표현했다”며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사진이 가득한 공간으로 집을 꾸몄다”고 했다. 해리 윤은 “다른 마블 작품과 달리 상대를 무찌르고 파괴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치유하는 이야기”라며 “영웅들의 동기를 잘 설명하도록 편집에 신경 썼다”고 했다.
그레이스 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미나리’(2020년), ‘패스트 라이브즈’(2023년), ‘성난 사람들’(2023년) 등 한국계가 만든 영화와 드라마에 두루 참여한 두 사람은 한국계 제작진의 성공 비결도 언급했다. 해리 윤은 “한국 사람들은 성실하고 참을성이 있다. 그런 기질이 미국 할리우드 현장에서 무척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했다. 그레이스 윤은 “한국인 특유의 따뜻한 정서, 배려의 문화가 작업 현장에서도 큰 장점이 된다. 추운 날 현장에서 해리 윤이 따뜻한 빵을 나눠주는 모습에 다들 감동한 적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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