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송영웅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이사장,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 전미 전무이사 겸 수석협상가, 김영진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위원장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이하 ‘방실협’)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은 지난 27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SAG-AFTRA(미국 배우조합)를 만나 MOU를 체결하고, 양 국 연기자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MOU는 글로벌 콘텐츠 업계의 중요 의제를 양 단체 고위급이 직접 만나 논의하고 구체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마련됐다. 콘텐츠 산업이 국경을 넘어 글로벌화되면서, 급변하는 이슈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 양측 모두 공감한 결과다.
MOU 체결 이후 이어진 회의에서는 방실협 송영웅 이사장·유태웅 상임이사, 한연노 김영진 위원장·주우 탤런트지부장, SAG-AFTRA 던컨 크랩트리 아일랜드 전미 전무이사 겸 수석협상가·윌리엄 벤수센 최고행정책임자·제니퍼 고드리 계약집행 및 전략 총괄 상임이사 등이 현안을 논의했다.
양 측은 AI 기술 발달에 따른 대응·연기자의 저작인접권 보호와 정당한 보상 문제를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현안과 연기자의 권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지난 2023년 말 SAG-AFTRA 파업의 주요 요구 중 하나였던 인공 지능(AI)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TDM 등 방식을 통해 연기자의 동의 없이도 연기자의 영상이나 음성이 AI 생성에 사용되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양측 모두 공감했다. 방실협과 한연노는 한국에서 최근 제정된 인공지능기본법 등 현행법이 배우의 권리를 보호하기엔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공지능기본법에 따르면 AI 학습 데이터 목록을 의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도 되므로, 배우의 실연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학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배우조합은 지난 2023년 파업의 결과로 미국 내 주요 제작사가 인공 지능을 이용하여 배우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OpenAI 등 문화콘텐츠 제작을 주된 목적으로 하지 않는 회사를 상대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실정이라며, 의회에서 ‘노 페이크 법’(NO FAKES Act)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미국배우조합(SAG-AFTRA) 회관에서 만난 방실협, 한연노, 미국배우 조합 임직원이렇듯 양측은 배우의 권리를 도외시한 AI 생성물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 또한 강조했다. 이어 방실협은 저작인접권 협상 사례를 설명하며 영상저작물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의 저작권법 영상저작물 특례조항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영미권에는 ‘재상영분배금(residuals)’, 유럽에는 ‘공정보상금(fair remuneration)’ 등 정당한 보상 제도가 있지만, 현행 한국 저작권법 영상저작물 특례조항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미국배우조합 측은 “정당한 보상은 배우가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므로 산업 생태계의 지속·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필료, 출연료, 연출료처럼 계약시 지급하는 창작 노동에 대한 대가(계약금)이 아닌 콘텐츠가 시장에 공개된 이후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비례적이고 후속적인 대가 미국배우조합은 K-콘텐츠의 세계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기업이 한국 연기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지 않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방실협과 넷플릭스의 협상을 주선한 바 있다.
그 결과 넷플릭스 본사는 올해 여름 안으로 넷플릭스코리아를 창구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미국배우조합을 통해 방실협에 알려왔다. 크랩트리-아일랜드 미국배우조합 전무이사는 “미국배우조합은 한국에서 방실협과 한연노가 연기자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배우 조합이 필요로 하는 일에 대해 두 단체 또한 지원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방실협과 한연노는 SAG-AFTRA를 시작으로 연기자 권익 보호를 위한 국제 협력 관계를 더욱 확대함으로써,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우리 연기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방실협은 대한민국 유일의 시청각실연 관리단체로, 연기자·성우·코미디언· 방송인 등 1만 6000여 명의 시청각실연자의 저작인접권을 신탁 관리하고 있다. 한연노는 1988년 설립하여 약 6000여명의 연기자가 소속된 국내 방송연기자의 노동조합으로, 공정한 출연계약·안전한 촬영 환경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미국배우조합(SAG-AFTRA)은 1933년에 세워진 SAG(Screen Actors Guild, 영화배우조합)과 1937년 설립된 AFTRA(American Federation of Television and Radio Artists, TV·라디오 연기자 연맹)가 2012년에 합쳐져 탄생했다. 약 16만 명의 방송·엔터테인먼트 분야 종사자가 소속돼 있으며,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으로 잘 알려진 미국배우조합상을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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