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가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전남 순천 송광사 국보 ‘영산회상도’. 불교중앙박물관 제공
‘그림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화폭 안에 담긴 의미를 모르고 눈으로만 그림을 보는 것은, 속된 말로 ‘까만 것은 글자고 하얀 것은 종이’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불교 그림은 더 그렇다. 수많은 부처님과 보살, 사천왕 등으로 가득한 탱화(幀畵)는 어떻게 봐야 ‘잘 봤다’고 할 수 있을까.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관장 서봉 스님)에서 열리고 있는 ‘호선(毫仙) 의겸(義謙): 붓끝에 나투신 부처님’은 조선 최고의 화승(畫僧) 의겸 스님의 예술적 발자취를 조명하는 전시다. 29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국보인 전남 순천 송광사의 ‘영산회상도’와 ‘팔상도’, 보물인 여수 흥국사의 십육나한도 등 12점을 선보인다.
박물관 측은 “영산회상도와 팔상도는 학술적 종교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국보로 승격됐다”라며 “두 작품이 송광사 이외의 장소에서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영조 원년(1725년) 제작된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생애를 8개의 주제로 묘사한 것이다. 송광사 영산전에 봉안하기 위해 짝으로 제작됐다.
팔상도 중 첫 번째 ‘도솔래의상(兜率來儀象)’. 석가모니의 잉태 과정을 그렸다. 오른쪽 상단 흰 코끼리를 탄 호명 보살(석가모니가 부처가 되기 전 도솔천에 있을 때 이름)이 왼쪽 아래 잠든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 부인에게 들어가고 있다. 불교중앙박물관 제공영산회상도는 그림 아래쪽에 설법을 청하는 사리불과 청중을 배치해 설법 장면을 묘사한 ‘법화경’의 내용을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화기(畫記·불화 하단에 적힌 제작 연대와 봉안 장소, 제작 목적, 시주자, 제작자 명단 등)가 명확한 것도 당시 시대상과 불화의 변천을 보여주는 특징. 일부 작품에만 남은 화기는 이 시기를 거치며 명확한 탱화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팔상도는 그림의 내용을 알면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 첫 번째인 ‘도솔래의상(兜率來儀象)’은 석가모니가 어머니인 마야 부인에게 잉태되는 장면을 표현했다. 그림 왼쪽 아래 잠든 마야 부인에게 흰 코끼리를 탄 호명 보살(석가모니가 부처가 되기 전 보살로 도솔천에 있을 때 이름)이 천인들을 거느리고 다가가는 모습이다. 네 번째 작품인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은 싯다르타가 말을 타고 성을 넘어 출가하는 장면을, 일곱 번째 ‘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은 정각을 이룬 석가모니가 녹야원에서 첫 설법한 장면과 부처님의 전법과 관련된 주요 이야기를 표현했다.
박물관 측은 “의겸 스님은 당대에 ‘호선(毫仙·붓의 신선)’ ‘존숙(尊宿·우러러볼 정도의 승려)’ ‘대정경(大正經·크고 올바른 모범)’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경지에 이른 화승”이라며 “스님의 삶과 작품에 담긴 학술적·종교적 의미를 알고 그림을 보면 전과는 다른 것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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