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10주년 기념공연 신나… 박효신, 초연때보다 감정 깊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6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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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텀 연출 로버트 요한슨
2015년 국내 초연 이후 5번째 시즌… 지난달 31일 세종문화회관서 개막
“오페라-발레까지 최고점 보이고파… 전동석-카이의 팬텀도 색다른 매력
수준 높은 K뮤지컬 해외서도 인정”

최근 10주년 기념 공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팬텀’의 로버트 요한슨 연출가.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관객이) 무대의 어떤 곳을 보더라도 훌륭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뮤지컬, 오페라, 발레까지 모든 분야의 최고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팬텀’의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74)은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2015년 국내 초연 이후 10주년을 맞이한 팬텀은 이번이 다섯 번째 시즌. 요한슨은 “팬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출작”이라며 “10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일 수 있어 너무나도 신이 난다”고 했다.

미국 뉴저지주의 극장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 예술감독 출신인 그는 2007년 한국에서 뮤지컬 ‘햄릿’을 선보이며 국내 무대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엘리자벳’, ‘레베카’, ‘웃는 남자’ 등 대형 작품을 꾸준히 연출하며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친숙한 이름이 됐다.

● 박효신, 9년 만에 ‘팬텀’ 복귀

팬텀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가 1910년 발표한 소설 ‘오페라의 유령’이 원작이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천재적 음악성과 끔찍한 외모를 동시에 지닌 유령과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크리스틴 다에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같은 원작에서 출발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자주 비교되지만, 두 작품은 접근 방식에서 차이가 크다. 오페라의 유령이 크리스틴을 향한 유령의 애달픈 짝사랑을 부각한다면, 팬텀은 유령 개인의 서사와 내면의 고통에 보다 집중한다.

요한슨은 “팬텀 제작진은 원작 소설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유령의 탄생 이유에 관해 관심을 가졌다”라며 “유령의 어린 시절과 부모와의 관계 등을 다루는 ‘가정의 이야기’라서 더 매력적”이라고 했다. 극 중 인물들은 유령을 ‘에릭’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2막 중반부엔 발레 형식으로 유령의 과거를 되짚는다. 오페라와 뮤지컬, 발레가 한 무대 안에서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유령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2016년 이후 9년 만에 뮤지컬 ‘팬텀’의 주인공 역을 다시 맡은 뮤지컬 배우 겸 가수 박효신.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이번 시즌의 가장 큰 화제는 박효신의 팬텀 복귀다. 2015년 초연과 2016년 재연 당시 압도적인 노래 실력으로 찬사를 받았던 그가 9년 만에 팬텀을 다시 맡았다. 요한슨은 “박효신은 뮤지컬에 최고로 적합한 목소리를 가진 배우”라며 “연기자로서도 초연 때보다 훨씬 깊어진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시즌을 함께해 온 전동석과 카이가 함께 팬텀 역을 맡았다.

“누가 팬텀이냐에 따라 다른 극을 보는 것처럼 세 명 모두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겁니다. 쿠키를 틀에 찍어내는 것처럼 똑같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지 않거든요.”

작품 구성도 한층 정제됐다. 곡의 도입부나 코러스 일부를 티 나지 않게 덜어내며 러닝 타임(170분)을 기존보다 약 10분 줄였다. 번역도 다듬었다. 요한슨은 “한국어는 음절 수가 많고, 모음의 위치에 따라 고음 발성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배우의 호흡과 감정 전달에 좋은 번역을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K뮤지컬, 해외 인기 반가워”

팬텀의 또 다른 매력은 감정선을 자극하는 서정적 넘버들이다. 팬텀이 지하 세계에서 구원을 기다리며 부르는 ‘그 어디에’, 크리스틴과 부르는 듀엣곡 ‘내 고향’ 등은 익숙하고 감미로운 선율을 자랑한다. 크리스틴을 질투하는 마담 카를로타의 ‘다 내 거야’ 등 익살맞은 넘버들이 중간중간 분위기를 바꾼다.

19세기 후반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3층 구조와 대형 샹들리에부터 비스트로, 지하 세계 등 대형 뮤지컬다운 화려한 세트도 볼거리다. 요한슨은 “세트가 장면마다 바뀌며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주는 것도 이 작품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약 20년간 활동하며 국내 뮤지컬 시장의 성장을 지켜봤다. 때문에 “최근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뮤지컬들이 주목받고 있어 기쁘다”고 했다.

“‘위대한 개츠비’와 ‘어쩌면 해피엔딩’ 등을 통해 외국 관객들도 이제 한국이 이렇게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든다는 걸 알게 됐죠. 한국 뮤지컬계가 지나치게 겸손할 필요 없어요. 공연의 경쟁력을 한국 스스로가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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