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교사 3인, 신간 잇달아 출간
‘작고…’ 통제가능한 돌봄 선입견 깨
‘불순한…’ 어린이다움 통념에 반기
‘열일곱의…’ 선밖의 청소년 담아내
전현직 교사 출신 작가들이 교육 현장을 그린 신간 3권이 나왔다. 도수영 오유신 설재인 작가(왼쪽부터)는 저마다 소설, 인문교양서의 형태를 빌려 단순하지 않은 어린이관(觀)을 보여준다. 민음사·동녘 제공, 동아일보DB
판서 소리뿐인 조용한 초등학교 교실. 앞문 틈으로 햄스터 한 마리가 들어온다. 한 아이가 뛰어나와 햄스터를 덥석 잡는다. 다른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절대 놓치지 마!” 교사도 흥분해서 햄스터를 가둘 도구를 찾는다. 햄스터를 잡아, 마침 눈에 띈 곤충채집통에 넣는다. 아무튼 그날 수업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이 창문가에 올려둔 햄스터, 그것만 쳐다볼 테니까.
도수영 작가의 신간 소설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민음사)에 나오는 장면이다. 작고 귀여운 햄스터, 작고 귀여운 초등학생들…. 하지만 이들이 통제 가능하지 않다면 여전히 사랑스러울까? 초등교사로 15년간 일한 이력이 있는 도 작가는 소설에서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돌봄’의 선입견을 깬다. 그리고 작지도 않고 귀엽지도 않으며 통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진짜 돌봄의 이미지를 길어 올린다.
최근 전현직 교사들이 쓴 신간 3권이 잇달아 출간됐다. 그간 교육 현장에서 느낀 돌봄의 실상을 소설이나 인문교양서의 형태를 빌려 고백했다. 이들이 묘사하는 어린이들은 각자 자신의 기준과 생각에 따라 판단하고 욕망하고 행동하는 주체다.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에선 교사를 통제하길 원하는 학부모가 나온다. 소설에서 7년 차 초등교사로 재직 중인 ‘나’는 아동학대 조사관에게 아이들과 그 부모에 대해 진술한다. 이 교사의 진술은 교육 현장의 갈등이 곧장 법적 단계로 넘어가곤 하는 한국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재작년 교실에서 안타깝게 돌아가신 젊은 선생님의 사건이 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됐다”며 “현장의 많은 교사들이 짊어진 무력감을 조금이나마 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순수한 아이들’이란 통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인문교양서도 있다. 2013년부터 초등교사로 일하고 있는 오유신 작가의 ‘불순한 어린이들’(동녘)이다. 어린이에 대한 어른의 시선은 순수하고 무해한 어린이이거나 나쁘고 못된 ‘금쪽이’로 양분돼 있다. 하지만 오 작가는 “내가 본 어린이들은 순수함이나 ‘어린이다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며 “귀여워하거나 흐뭇해하는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어린이들의 진짜 얼굴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오 작가에 따르면 요즘 아이들은 교실에서 “너 탄핵 찬성이야, 반대야?”를 묻는다고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서나 쓰는 용어를 쓰는 어린이도 있다. 어린이들은 사회의 어둠이나 병폐와 무관한 ‘무균실 속 존재’가 아니다. 그들이 생활하는 시공간 역시 어른과 다름없는 ‘지금 여기’이기 때문이다. 오 작가는 자신이 목격한 어린이들의 어두운 면을 생생히 보여주면서, 그것이 어른들이 만들고 유지해 온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짚는다.
청소년 소설 ‘열일곱의 사계’(자음과모음)를 통해 ‘선 밖’의 청소년들을 담아낸 설재인 작가 역시 5년 반 동안 고교 수학교사로 일한 이력이 있다.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은 쉽게 희망을 찾지 못한다. 설 작가는 “밝거나 희망찬 소설에서는 위안을 얻지 못해 어두운 서사만을 찾아 탐닉하던 어린 저를 닮은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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