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친서, 교황에 전달… 올해 두 분 만남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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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장관 유흥식 추기경 기자간담회
“교황 레오 14세와 한때 이웃… 매우 친해
한반도 평화에 관심, 남북관계 도움될 것”

유흥식 추기경은 “성직자뿐만 아니라 신자, 일반 국민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면 신뢰가 높아지고 좀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유흥식 추기경은 “성직자뿐만 아니라 신자, 일반 국민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면 신뢰가 높아지고 좀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많은 추기경이 ‘한국은 괜찮냐’고 묻는데…, 참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3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유 추기경은 2021년 한국인 성직자 중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됐으며, 이듬해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지난달 열린 교황 선출 추기경단 회의인 콘클라베에 한국인 추기경 중 유일하게 참가하기도 했다. 현재 여름 휴가를 맞아 한국을 방문 중이다.

유 추기경은 “지난해 12월 7일 추기경 전체 회의가 열렸는데, 세계에서 온 추기경들로부터 ‘당신 집안은 무사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황님마저 놀라서 ‘한국에서 계엄이라고?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지?’ 하고 묻는데, 괜찮다고 답하면서도 속으로 참 많이 부끄러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올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와 관련해 담화문을 발표한 배경도 설명했다. 유 추기경은 당시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한 갈급한 마음을 가지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한다”며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 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비상계엄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교회 안팎에서 목소리를 내 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종교인이고 한국을 떠나 있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 좀 늦어지긴 했는데, 주변에서도 이럴 때 한마디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발표하게 됐어요. 그나마 요즘은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민주주의를) 바로잡았다고 말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유 추기경은 가까운 시일에 교황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자신이 직접 교황 레오 14세에게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친서에는 ‘가까운 시일’이라고 돼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올해 안으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교황이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은 만큼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 등을 통해 남북 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YD는 세계에서 수십만 명의 청년이 참가하는 가톨릭계 큰 행사 중 하나.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 대회에는 150만여 명이 참가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참가 여부도 관심사다. 유 추기경은 “북한이 올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먼저 나서서 얘기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했을 때 북한에서도 올 수 있는지 백방으로 타진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노력은 해야 하지만, 상대가 있는 만큼 (무르익을 때까지) 겉으로 내색은 안 하는 지혜가 필요해요.”

유 추기경은 “교황 레오 14세와는 추기경 시절 같은 아파트 아래위층에 살아 매우 친하다”며 “교황은 직접 말하는 것보다 추기경, 장관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게 하고 자신은 끝까지 듣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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