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 스님
“식사는 그냥 밥 먹는 행위이지만
공양엔 햇볕-물 등 나눔 의미 있어”
선재 스님은 “모든 자연의 생명을 행복하게 해주고, 행복하게 키워진 재료로 만든 음식을 통해 내 몸과 정신을 맑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공양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매끼를 식사(食事)가 아닌, 공양(供養)이라 불러보세요. 몸도 마음도 세상도 달라집니다.”
9일 서울 강남구 대한불교조계종 법룡사 사찰음식문화센터에서 만난 선재 스님은 “지금 힘들다면, 먹는 것부터 바꿔보라”라고 권했다. 국내 사찰음식명장 1호인 그는 최근 대중 특강에 나서는 등 ‘좋은 음식’의 본질을 알리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공양이라 부르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고요.
“식사는 그냥 밥을 먹는 행위예요. 공양은 먹는 것을 넘어, 나눔의 의미가 있지요. 이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 햇볕, 물, 공기 등 얼마나 많은 자연의 나눔이 있었습니까.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건 어머니의 마음이 전달되기 때문이에요. 좋은 음식을 먹으면 몸에 좋고, 그걸 나누면 행복해지지요.”
―고통스럽다면 먹는 걸 바꾸라는 게 선문답 같습니다.
“열반경(涅槃經)에 사람들이 고통과 어려움을 석가모니 부처님께 호소하는 내용이 있어요. 다 들으신 뒤 부처님의 첫 질문이 ‘당신은 무슨 음식을 어떻게 해서 먹고 삽니까’였지요. 불경에 ‘식자제(食自制)가 곧 법자제(法自制)’란 말이 있습니다. 나쁜 음식 먹으면 병이 나듯, 편안하고 행복해지려면 건강한 음식이 토대라는 것이지요.”
―음식이 성격도 바꾼다고요.
“짜게 먹는 지역은 성격이 급한 사람이 많아요. 아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밥을 먹은 뒤와 과자를 먹은 뒤에 떠드는 게 양상이 달라요. 과자를 먹으면 더 거칠고 과격한 모습을 보이지요.”
―모든 채소는 약인데, 약은 독과 통한다고 하셨습니다.
“따뜻한 식재료는 된장에, 냉한 것은 고추장에 무쳐 성질을 중화시켜 먹어야 속이 편해요. 우리가 쑥떡을 먹는데, 쑥 자체는 독해서 아주 어릴 때 아니면 그냥 먹을 수 없어요. 하지만 삶아서 쌀과 섞으면 먹기 편하지요. 요리란 이런 식재료의 성질을 사람과 맞게 연결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행위입니다.”
―다음 달 아이들을 위한 사찰음식 특강을 하시더군요.
“요리법을 배운다기보다, 어릴 때부터 좋은 음식이 뭔지 안다면 스스로 나쁜 음식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음식이 곧 수행이고 몸과 마음의 건강, 행복의 시작이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폭염이 심해서 찬 것만 찾게 됩니다.
“이럴 땐 보리차가 정말 좋아요. 보리가 냉한 성질이라 더울 때 몸을 중화시키거든요. 보리를 볶아 물에 넣고 끓이면 되니 만드는 법도 간단하지요.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좋아요. 뭐든지 수고가 들어가야 얻는 게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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