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아닌 우리 아버지들의 삶”… ‘국민가수’ 남진 생애 첫 추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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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스페셜]소설 ‘남쪽에서 뜨는 달’
임창진 행정사협회 수석부회장
부친이 남긴 수기 책으로 엮어
해방 전후…산업화 민초 삶 기록

임창진 작가(왼쪽)와 남진 가수가 만나 장편소설 ‘남쪽에서 뜨는 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임창진 작가 제공
임창진 작가(왼쪽)와 남진 가수가 만나 장편소설 ‘남쪽에서 뜨는 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임창진 작가 제공
지난 6월 출간된 장편소설 ‘남쪽에서 뜨는 달’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임창진(현 대한행정사협회 수석부회장) 작가가 부친이 남긴 육필 수기를 40년 가까이 간직하다가 책으로 엮은 실화 기반의 장편소설이다. 이 책에는 해방 전후의 격변기부터 산업화 시대까지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민초들의 삶과 고통에 대한 생생한 기록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국민 가수’ 남진이 생애 처음으로 책에 추천사를 남겨 화제가 됐다. 남진은 고향이기도 한 전남 강진과 월출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한 편의 서사시를 만난 듯한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임창진 작가와 남진 가수를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남진은 책에 추천사를 쓰고 신곡 ‘오로라 연인’도 발표해 대박 기운을 느낀다며 웃음을 지었다.

―두 분 모두 만나 반갑다. 남진 씨는 특별한 인연이 있나?

남진=“임 작가와는 5∼6년 전쯤 내가 고흥에 ‘남진기념관’을 세우던 시절부터 알게 됐다. 종종 연락하며 지내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형님, 첫 독자가 돼주십시오’라면서 묵직한 원고를 보내왔다. 침침한 눈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는데 어느덧 눈물이 앞을 가려 더 잘 안 보이게 되더라.”

임창진=“남진 형님이라면 누구보다 우리 세대의 정서를 잘 이해하실 거라 생각해서 첫 독자가 돼달라고 감히 ‘압력’을 좀 넣었다.(웃음)”

―추천사를 썼다는 건 그만큼 공감이 컸다는 뜻일 텐데 어떤 점에서 마음이 움직였나?

남진=“여러 가지다. 우선 강진, 월출산이 배경인 내 고향 이야기다. 해방 이후 좌우 대립, 6·25 같은 비극이 등장하는데 나도 해방 다음 해에 태어났다. 어릴 적 들은 이웃 어른들의 이야기와 똑 닮았다. 특히 전투 장면은 내가 베트남전쟁에서 겪은 기억과도 겹쳐서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 글이 아니라 ‘진짜 이야기’라는 게 느껴졌다.”

임창진=“독자들 반응도 비슷했다. ‘우리 집안 이야기다’ ‘내 얘기를 대신 써줘서 고맙다’ ‘가슴에 묻었던 응어리가 풀렸다’는 말들을 들었다. 월출산이 영암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강진에도 있냐는 질문도 많았다.”

―남진 씨 말고 추천사를 쓴 분이 또 있는데….

임창진=“김정오 문학박사, 이광복 소설가 두 분이 추천사를 써줬다. 두 분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해 구성이 탄탄하고 감동적인 대단원을 도출한 수작으로 평가해 주셨고 남쪽에서 달이 뜨는 마을을 찾아가는 감동이 문학적으로 잘 묘사됐다고 평해 주셨다.”

―독자층이 궁금하다.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주로 읽나?

임창진=“연령대가 다양하다. 나이 든 분들은 ‘기억’으로 읽고 젊은이들은 ‘처음 듣는 역사’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전쟁 이야기보다도 나가사키 조선인 환국대기소처럼 지금껏 드러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들을 더 충격으로 느끼는 것 같다.”

남진=“젊은이들은 교과서에서 이런 얘기를 배우지 못해 더 의미가 큰 것 같다. 책을 읽고 ‘이게 정말 우리나라 역사냐?’고 묻는 아들과 딸을 보면서 우리가 반쪽짜리 역사만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소설이 실화라 들었다.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임창진=“아버지는 1983년에 간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 간암이면 거의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6개월 동안 아버지가 자필로 수기를 남겼는데 돌아가신 뒤 5년쯤 지나서야 발견했다. 내용이 너무 슬퍼 소설로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30년 가까이 퇴고를 거듭했다. 남진 형님의 추천사가 큰 용기를 줬다.”

남진=“나는 그냥 추천사 한 줄 썼을 뿐인데(웃음). 그런데 진짜로 읽다 보면 눈물, 콧물 다 흘리게 되는 책이다. 한 편의 우리 노래와 같이 한을 담은 소설이다. 가슴 저리는 애환이 느껴진다.”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소감은 어떤지?

임창진=“김주필의원 원장님이 보내준 서평에서 소설을 쓴 보람을 느낀다. 그분은 ‘소설이 아니라 보물’이라고 했는데 아마도 우리의 역사를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남겨야 할 이야기라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 같다. 작가로서 자신이 자랑스럽다.”

―나가사키 ‘조선인 환국대기소’ 이야기는 책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이라 들었다.

임창진=“맞다. 지금까지 환국대기소는 시모노세키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버지 수기를 통해 나가사키에도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 당시 그곳은 일종의 포로수용소였고 미군이 지키고 있었다. 일단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하는 곳이었다.”

남진=“현인 선배님의 노래 ‘귀국선’도 그렇지만 그 이전에 그런 대기소에서의 한 맺힌 이야기가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소설을 쓰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특별한 에피소드는?

임창진=“그 시대를 살지 않아 지나간 역사로만 들었는데 형제간 갈등, 부모의 처형 등의 이야기가 내 집안 이야기라서 놀랐다. 생전의 아버지는 집안 얘기, 특히 형님(큰아버지)에 대한 말씀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2020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할아버지에 대한 처형 사실이 밝혀졌고 당시 좌익 활동을 했던 큰아버지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것이 소설을 완성시켜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마지막 퍼즐은 생존해 계신 96세 어머니의 기억이었다. 어쩌면 이 소설은 이 땅 위에 비극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위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한 말씀 전한다면?

남진=“남쪽에서 뜨는 달은 그냥 소설이 아니다. 우리 가요처럼 우리의 한과 정서가 녹아 있는 이야기다. 이걸 노래로 만들어 부를 수 있다면 꼭 한번 불러보고 싶다.”

임창진=“독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 남쪽에서 뜨는 달이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며 역사를 바로 알고 배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념이 평화보다 중요하지 않으며 우리들의 인생 위에 있지 않음을 아는 계기로 작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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