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스우파, 역대급 스케일에도 아쉬운 이유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7월 27일 07시 19분


코멘트
ⓒ뉴시스
엠넷 댄스 경연 프로그램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3’)가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각국을 대표하는 여성 댄스팀들이 9주간 치열한 경쟁을 벌인 가운데 우승 트로피는 일본팀 오사카 오죠 갱에게 돌아갔다.

국가 대항전을 표방한 콘셉트와 세계 정상급 댄서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월드 오브 스우파’는 매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화제성만큼 각종 구설에도 오르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지난 5월 첫 방송된 ‘월드 오브 스우파’는 엠넷 대표작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세 번째 시즌으로, 한국·미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 6개 팀이 출전해 국가 대항전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국내 댄서팀 위주로 구성됐던 시즌 1, 2와 달리 글로벌로 판을 넓혀 확실한 차별점을 꾀했다.

역대급 스케일에 맞춘 화려한 라인업은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세계적인 댄스팀 로얄 패밀리의 1세대 핵심 멤버들이 주축인 호주의 ‘에이지 스쿼드’, 정통 올드스쿨 힙합 댄서 말리가 이끄는 미국의 ‘모티브’, 스우파 시즌 1 리더들이 뭉친 한국의 ‘범접’, 정교한 코레오그래피를 선보이는 일본팀 ‘알에이치도쿄’까지 내로라하는 댄서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이 펼치는 화려한 춤사위는 첫 회부터 시청자들을 홀렸다. 입이 절로 벌어지는 퍼포먼스와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 춤으로 소통하는 과정은 재미와 감동을 자아냈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출연자들의 매력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오사카 오죠 갱의 쿄카는 귀여운 외모와 거침없는 배틀 실력으로 국내 팬덤을 빠르게 형성하며 ‘스우파3’가 배출한 최대 수혜자가 됐다.

각 팀이 선보인 무대도 프로그램 인기몰이에 힘을 보탰다. 국가 정체성을 담은 메가 크루 미션은 ‘스우파3’의 하이라이트로 꼽힐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중 한국팀 범접의 미션 영상인 ‘몽경(夢境)-꿈의 경계에서’는 공개 3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0만회를 돌파하며 국가유산급 퍼포먼스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이는 역대 엠넷 스트릿 댄스 시리즈 최초다. 해당 영상 누적 조회수는 25일 기준 1574만회를 넘어서며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입증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우파3’는 전편들을 뛰어넘는 화제성을 얻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스우파3’ 마지막 회 시청률은 0.7%로 집계됐지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에선 실시간 시청 점유율이 최고 93.3%를 기록했다. 또한 화제성 조사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펀덱스 리포트 TV·OTT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순위에서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편보다 논란이 많았던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세계 정상급 댄서들을 국내에 알린다는 취지와 달리 방영 내내 ‘춤이 없는 경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춤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출연진의 과거 불화를 다시 꺼내거나 상대 팀의 반응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연출로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했다. 각국의 여성 댄스팀이 자국을 대표해 참가한 글로벌 프로그램에도 한국팀 범접을 주인공처럼 부각한 편집은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일부 출연자를 빌런(악당)으로 몰아가는 ‘악마의 편집’도 반복됐다. 지난달 10일 방송된 10회가 대표적이다. 계급 미션에서 알에이치도쿄의 리더 리에하타가 범접의 리더 허니제이를 워스트 댄서로 지목했는데 제작진은 알에이치도쿄를 빌런, 범접을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했다. 방송이 끝나자 일부 시청자들은 리에하타의 SNS에 악플을 달았다. 1회에선 범접의 아이키를 도발했던 에이지 스쿼드의 알리야가 악플의 대상이 돼야 했다.

출연자들의 경솔한 언행 역시 프로그램에 흠을 남겼다. 범접의 허니제이와 아이키는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들의 영상을 리뷰하다가 에이지 스쿼드 댄서들을 향해 성희롱성 발언과 욕설을 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비판을 받고 결국 사과했다. 이후 에이지 스쿼드가 이를 받아들이며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두 사람은 발언은 ‘스우파3’ 기획 의도를 흔드는 역풍이 됐다.

오사카 오죠 갱의 쿄카는 과거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은 사진이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시청자들은 사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심사위원들의 자격 논란과 일관성 없는 판정 기준, 특정팀 분량 차별, 조회수에 의존한 인기 투표 등이 맞물리면서 이전 시즌보다 완성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회에선 출연진을 가수 박진영의 신곡 ‘개츠비(Gatsby)’ 백업 댄서로 서게 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스우파’ 시리즈는 국내에 춤바람을 일으킨 원조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무대 뒤에 머물던 댄서들을 중심에 세워 이들의 매력과 열정을 널리 알린 점은 ‘스우파’ 시리즈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방영된 시즌 1은 ‘헤이 마마(Hey mama)’ 댄스 챌린지 열풍을 일으키며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이어 2023년 방송된 시즌 2와 스핀오픈 격인 ‘스트릿 걸스 파이터’, ‘스트릿 맨 파이터’ 모두 색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전작이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제작진은 이번 시즌을 글로벌 프로젝트로 제작했다. 국적과 장르를 초월한 실력파 여성 댄서들의 이야기가 조명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스우파’이기에 가능했다. ‘스우파’라는 콘텐츠가 어떻게 소비되고 비춰지는지 다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다음 시즌이 ‘스우파’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진화를 보여줄 때 이 같은 논란을 보란 듯이 불식시킬 것이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