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번역 안톤 허 첫 소설
‘영원을 향하여’ 국내에도 출간
정보라 작가가 한국어 번역 눈길
안톤 허 작가는 “한국 문학 번역가들은 한국 시(詩)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더 많은 시와 시인을 (외국어로) 번역하고 싶다”고 했다. 허 작가의 신간 소설 속 인물 ‘한용훈’은 만해 한용운 선생으로부터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반타 제공
“저는 항상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고, 그 꿈을 떨쳐낼 수가 없었어요.”
정보라의 ‘저주토끼’,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등 수많은 한국 소설을 영어로 번역해온 안톤 허의 첫 소설 ‘영원을 향하여’(반타)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톤 허 작가는 “오랜 꿈은 소설가였고 영미권 출판사와 소통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시작하게 된 게 문학 번역이었다”고 회고했다.
스웨덴에서 태어난 허 작가는 해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첫 소설도 영어로 썼지만 국적은 한국인이다. 그는 “한국 문단 시스템이 다양성을 제한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데다 어린 시절부터 영어 소설을 많이 읽어서 꼭 영어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원을 향하여’는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근미래부터 수천 년 뒤 핵전쟁으로 지구가 황폐해진 먼 미래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과학소설(SF). 기억을 잃었지만 불멸하게 된 주인공을 통해 인간과 자아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허 작가는 “인간성이란 것이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있는 무엇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책은 그가 번역해 부커상 최종 후보까지 올렸던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가 한국어 번역을 맡아 더욱 눈길을 끈다. 그는 “정 작가님이 ‘죽어도 제가 번역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며 “얼마나 바쁜지 알기에 미안했지만 제 욕심으로 승낙했다”고 했다. 이틀 전 처음 번역본을 접했다는 그는 “제가 쓴 글 같지 않았다. 이 느낌이 온다는 것 자체가 번역이 잘됐다는 신호”라며 “직접 번역했어도 정 작가님보다 잘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작가는 올해 계간지 자음과모음 여름호에 단편 ‘화가의 미래’를 발표하는 등 소설 집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번역가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고생문이 열리는데 소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영원을 향하여’로 지금까지 독일어 중국어 등 4개 언어 출간 계약을 맺었는데, 아무것도 안 했는데 돈이 들어와 엄청난 희열을 느꼈어요. 소설을 더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하지만 앞으로도 번역 일은 놓지 않을 계획이다. 그가 번역한 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은 내년 미국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문학 세계가 정말 풍요롭고 번역하고 싶은 것들도 너무 많다”며 “번역으로도 세상에 계속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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