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솔로 미니 앨범 ‘여행자’로 돌아온 싱어송라이터 권순관(43)은 이렇게 말했다. 정욱재와 함께 인디 듀오 ‘노리플라이’로 2008년 데뷔한 그는 ‘그대 걷던 길’, ‘끝나지 않은 노래’ 등 다정한 감성의 노래를 주로 선보여왔다.
2013년 1집 ‘어 도어(A Door)’에선 진한 이별 감성을, 2020년 2집 ‘커넥티드(Connected)’에선 관계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면, 이번엔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 자전적 이야기로 풀어냈다. 29일 서울 마포구 엠피엠지뮤직에서 만난 권순관은 “오랜 숙제를 끝낸 기분”이라며 웃어보였다.
MPMG MUSIC 제공이번 앨범은 2022년 그가 처음으로 한 달간 혼자 여행을 다녀온 경험에서 비롯됐다. 데뷔 후 줄곧 몰입했던 음악과 멀어져 슬럼프에 빠져 있던 시기다. “일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존재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지는 노을을 그 자체로 아름답게 바라보고, 맛있는 음식을 온전하게 누리는 시간을 겪고 나니 다시 초심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이번 앨범에선 그의 음악적 성장이 돋보이는 5곡이 수록됐다. 첫 트랙이자 메인 타이틀곡인 ‘댄싱 엣 나이트(Dancing at Night)’는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보내는 순간을 춤에 비유한 로맨틱한 곡이다. “예전엔 어둠을 노래에서 감춰보려 노력했다면, 이젠 빛이 쨍쨍할 땐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량한 멜로디의 2번 트랙 ‘시절인연’은 지나가 버린 한 때의 인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묘사했다.
서브 타이틀곡이자 3번 트랙 ‘여행자’는 러닝타임이 6분이 넘는다. 채 3분이 안 되는 댄스 음악이 인기를 얻는 요즘 트렌드는 확실히 아니다. 그는 “숏폼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 보려 노력한 적도 있지만 잘 안 됐다”라며 “길을 돌아가기도 하고, 예기치 않게 잠시 머무르는 과정조차 여행인 만큼 ‘간결함’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즈풍의 4번 트랙 ‘에펠 타워(Eiffel Tower)’에는 지난해 홀로 프랑스 파리를 여행했을 때 느낀 외로움이 오롯이 담겨 있다. “반짝이는 불빛과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 못하는 외로움이 떠오르더라고요.”
MPMG MUSIC 제공이 곡은 권순관이 올 2월부터 진행해온 프로젝트 ‘신스 오브 어 모먼트(Scenes of a MOMENT)’에서 가수 방예담이 먼저 불렀던 노래다. 이전엔 가수에 맞는 곡을 만들었다면, 이번엔 곡을 먼저 쓰고 어울리는 보컬을 권순관이 직접 섭외해 신곡을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방예담 뿐 아니라 인피니트의 남우현, 여자친구의 유주, 에이티즈(ATEEZ)의 종호과 협업했다. 그는 “권순관스러운 음악을 젊은 아이돌이 소화하면 어떤 느낌일까 싶었다”며 “즐겁고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마지막 트랙 ‘기지개’는 그의 주특기인 차분한 감성을 목가적인 느낌으로 표현했다. “지쳐 있던 어느 날, 돌아갈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점에 위안을 받아 만든 노래”라고 말했다. 2017년 결혼한 그는 현재 세 아이의 아빠기도 하다. 그는 “가족이 생긴 뒤 안정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며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며 많이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하, 박지윤, 2AM, 소유, 정승환 등 여러 뮤지션의 노래를 만든 작곡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는 홍익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에게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치열한 하루가 끝난 조용한 밤, 이 음악이 잠시 머리를 식혀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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