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봉하는 영화 ‘발레리나’(감독 렌 와이즈먼)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전설적인 살인청부업자를 소재로 한 ‘존 윅’ 시리즈를 아는 이라면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
‘발레리나’는 ‘존 윅’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암살자 조직인 ‘루스카 로마’에서 킬러로 성장한 주인공 이브(아나 데 아르마스)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쫓으며 정체불명의 도시에서 홀로 피의 전쟁을 벌이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발레리나 스틸컷영화는 장단점이 뚜렷한 편이다. 이브의 서사는 꽤 단선적이다. 영화는 어릴 적 이브의 아버지가 죽음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루스카 로마에 들어간 이브는 복수를 위해 암살자로 성장한다. 임무 수행 중 아버지를 살해한 조직의 표식을 발견하고, 이들을 추적해 마침내 적의 수장(가브리엘 번)을 처단한다. 관객이 쉽게 이야기 전개를 예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브의 내면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존 윅’과는 결이 또 다른 화려한 액션이 이런 단점을 뛰어넘는다. 2시간4분 내내 이어지는 액션 장면에서 이브는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을 읽고 주변 사물을 닥치는 대로 무기로 바꾼다. “여자처럼 싸우라”는 대사처럼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반격 기술을 갈고 닦은 덕이다.
이브가 ‘무엇으로 어떻게 싸우는가’를 감상하는 데 영화의 묘미가 있다. 영화는 맨몸 싸움은 물론이고 총, 장검, 스케이트 날, 접시, 수류탄 등 갖가지 도구를 활용해 다채로운 액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특히 중반부 이후에는 거의 모든 장면이 액션으로 구성될 정도로 속도감이 있다. 얼음으로 꾸며진 클럽에서의 난투극, 자동차를 활용한 추격전 등 장소도 다양하다. 하이라이트는 후반부에 나오는 화염방사기 액션씬이다. 이브가 적들을 피해 도망치다 무기고에 들어간 우연히 발견한 무기는 ‘무려’ 화염방사기. 설원을 가르며 적을 불태우는 장면이 장르적, 시각적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전설적인 킬러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등장해 적들과 짧은 대결을 펼치는 것도 바로 이 때다.
발레리나 스틸컷이브 역의 아르마스는 강렬한 액션을 통해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2021년)에서 CIA 요원인 본드걸로 스타가 됐던 아르마스는 이번 영화 ‘발레리나를 통해 “내 한계를 확실히 뛰어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존 윅’ 시리즈를 연출한 채드 스타헬스키가 주요 액션씬 촬영을 진두지휘했고, 키아누 리브스는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
한국 관객의 눈길을 끄는 캐스팅도 있다. 이브가 받은 첫 임무의 보호 대상인 ‘카틀라 박’은 ‘소녀시대’의 최수영이 맡았다. 이번 작품은 최수영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또 이 임무의 상대역은 무술감독 정두홍이 연기했다. ‘짝패’ ‘전우치’ ‘베테랑’ 등의 무술을 담당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아르마스와 맨몸 격투를 펼친다. 정두홍은 ‘존 윅 3’ 때 이미 출연 제안을 받았으나 참여하지 못했다가, 이번 영화에서 마침내 합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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