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 작가는 “기후변화로 북극곰이 살 곳을 잃는다는 얘기도 필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로 인한 집중호우로 반지하에 사는 분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구의 위기 같은 큰 이야기보다 우리 주변의 현실적인 문제를 더 많이 봤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제공
“우리 스스로 ‘한국은 자연이라고 할만한 게 별로 없다’라는 편견이 있어요. 그렇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팔도 동물 열전(다른)’을 출간한 곽재식 교수는 1일 인터뷰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가 산림과 숲 면적”이라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 개 국가 중 4위 정도로 최상위권”이라고 말했다.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인 그는 특유의 재담으로 어려운 과학을 쉽게 설명해 ‘과학하고 앉아 있네’ 등 인기 과학 유튜브 채널의 섭외 1순위 인물.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등 40여 편의 과학 및 공상과학(SF) 소설을 출간한 다작(多作) 작가이기도 하다.
“그동안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환경 파괴적 모습을 부각하다 보니 관심을 환기하는 데는 성공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우리 자연환경은 다 파괴되고 제대로 남은 게 없다는 오해도 생긴 게 사실입니다.”
곽 교수는 “또 하나의 오해는 경제,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 환경은 그만큼 오염되고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라며 “1950~6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이 양적·질적으로 늘어난 우리 산림은,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술과 경제 발전과 함께 환경도 회복되고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높은 인구밀도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에도 멧돼지가 민가에 내려오고, 고속도로를 건너는 고라니를 심심치 않게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곽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 일종의 유해 동물로 취급되는 고라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 단계 취약 등급으로 보호하는 동물. 세계적으로 중국과 우리나라에만 있는데, 1만 마리 정도인 중국에 비해 기이하게 한국은 약 수십만 마리가 넘는다.
올해 한반도를 덮친 폭염 등 지구적 기후변화는 그에게도 가장 중요한 문제. 곽 교수는 “자칫 오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럽지만, 기후변화를 극단적·종말론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우리가 주변에서 현실적으로 개선하고 노력할 수 있는 식으로 접근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북극, 남극의 얼음이 다 녹으면 홍수가 나서 지구가 멸망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종말을 막을 대책이 있으면 성공이고 없으면 실패라는 단순화된 관점도 생겼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이미 ‘기후변화적응 기술(Climate Change adaptation)’이 국내에 소개된 지 10년이 넘는데도, 자극적이지 않아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기후변화적응 기술이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는 기술. 도시 녹지 확대, 홍수 대비 시설 구축, 빗물 저장 및 활용, 스마트 농업 도입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곽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점점 더 커질 테고, 이를 극복하는 기술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굉장히 오랜 시간을 버틸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그런데 속된 말로 흔히 보는 것, ‘쇼킹’ 하지 않다는 이유로 관심을 못 받아 안타깝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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