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내년 4월 개막
139명 지원해 7명 최종오디션 올라
“몸으로 감정 전하는 능력 높게 평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신시컴퍼니 연습실에서 열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에서 소년들이 발레를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하얀 상의에 검은 레깅스를 갖춰 입은 일곱 명의 소년.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선율에 맞춰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다리를 곧게 뻗고 팔을 천천히 들어올리는 발레 동작은 아직 서툰 구석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무대를 꿈꾸는 눈빛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신시컴퍼니 연습실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아역 배우 최종 오디션인 ‘쇼 앤드 텔(Show & Tell)’이 개최됐다.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선발된 빌리 역 최종 후보 7명과 마이클 역 후보 6명이 참여한 마지막 관문이었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 발레에 재능을 발견한 소년이 사회적 편견과 현실의 장벽을 넘어 무용수로 성장하는 여정을 그렸다. 동명 영화(2000년)를 뮤지컬로 만들어 2005년 런던에서 초연됐으며, 미국 토니상 10개와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상 5개를 휩쓸었다. 국내에선 2010년 초연 뒤 2017년과 2021년에 이어 내년 4월 네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주인공 빌리를 연기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만 8∼12세의 남아로 키는 150cm 이하, 변성기가 아직 오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여기에 발레와 탭댄스, 애크러배틱 등 무용 등에 대한 재능도 필요하다. 이번 시즌의 1차 오디션엔 139명이 빌리 역에, 117명이 마이클 역에 지원했다.
1차 오디션에 합격한 지망생들은 ‘빌리 스쿨’이라고 불리는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이 과정은 웬만한 성인 뮤지컬 연습 못지않다고 한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4, 5시간씩 발레와 댄스, 보컬 등을 훈련했다. 주인공으로 선발되면 2시간 30분이 넘는 공연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쇼 앤드 텔’ 무대에 오른 아이들은 빌리 엘리어트의 대표 넘버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를 부르며 맑은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했다. 빠른 박자의 탭댄스 장면에선 박자가 딱 맞아 쾌감을 주는 ‘칼군무’도 선보였다. 무대가 끝난 뒤엔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면서 “잘했어”라는 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해맑고 대견했다.
제작진은 노래와 춤 실력뿐 아니라 ‘감정의 전달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에드 번사이드 해외협력 연출은 “작품의 오리지널 연출가 스티븐 돌드리는 빌리 역을 ‘마라톤을 뛰며 햄릿을 연기하는 것’에 비유했다”며 “빌리라는 정답을 정해두고 똑같이 로봇처럼 만들기보단 아이들을 잘 알아가려 한다”고 했다. 톰 호지슨 해외협력 안무가도 “기술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감정을 몸으로 표현할 줄 아는 배우를 찾는다”고 했다.
이정권 국내협력 안무가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아 힘들 땐 절에 다녀오기도 했다”면서 “마지막까지 해낸 아이들을 보면 모든 수고가 보상받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최종 합격자들이 출연할 네 번째 시즌 ‘빌리 엘리어트’ 무대는 내년 4월 14일부터 7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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