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청소년도서관’ 5일 문 열어
90평 로비에 책 1만8000권 채워
“지역 아이들 배움의 공간 되길”
5일 문을 연 경기 포천시 청소년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제공
5일 경기 포천시에 있는 청소년교육문화센터.
현관에 들어서자 우산꽂이 옆에 ‘세계문학의 터’란 명패가 붙은 원목 잡지대가 눈에 띄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그리고 ‘춘향전’ 등 30여 권이 표지가 보이게끔 진열돼 있었다. 문화센터를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눈이 가는 자리였다. 원래 유휴공간이었던 문화센터 로비가 또 하나의 도서관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날 문화센터에선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KB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315㎡(약 90평) 규모로 만든 청소년도서관 개관식이 열렸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과 KB국민은행은 2008년부터 전국 각지 문화 소외지역에 도서관을 만들고 있다. 이번이 127번째이며, 올해 2번째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문화센터의 계단과 기둥만 있던 곳에 책장을 들이고 장서 1만8000권을 채워 만들었다. 위층의 댄스실, 탁구장, 쿠킹룸 등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오며 가며 자연스럽게 책에 노출될 수 있는 공간을 활용했다. 청소년 자치기구 활동을 하며 한 달에 두세 번 센터를 방문한다는 오채은 양(포천 송우고 2학년)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다녔는데 이제야 정말 ‘센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린이들도 책과 친해지면 좋겠다”고 반가워했다.
센터 계단 옆과 아래에도 서가를 만들고 책을 채웠다. 유아와 아동을 위한 학습만화부터 신간인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 한강의 ‘빛과 실’, 김장하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 빌 게이츠 자서전 ‘소스 코드’ 등 다양한 책이 눈에 띄었다. 서가에서 ‘로마인 이야기’를 꺼내든 윤은성 군(송우고 2학년)은 “카이사르 사후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권력 다툼 장면을 읽었다”며 “역사책을 좋아해 사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접이식 문으로 연결된 도서관 앞마당은 앞으로 시민 캠핑장으로 꾸며진다. 김현철 포천시청소년재단 대표는 “도서관은 3층 꼭대기가 아닌 현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이 엄마 아빠랑 캠핑하다가도 들어오게끔 하고, 친구 생일파티도 도서관에서 하라고 방(榜)을 붙일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백영현 포천시장과 최위집 KB국민은행 북부지역영업그룹대표 등이 참석했다. 백 시장은 “부모님들이 교육 때문에 자녀 손 잡고 외부로 나가면서 포천시 인구가 줄어든다는 말씀들을 많이 한다”며 “청소년도서관이 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대표도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배움과 상상의 공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이달 7일엔 경북 울진군 기성면복지회관에서 기성작은도서관의 문도 연다. 김 목사는 “많은 이들에게 ‘당신들은 어떻게 잘사는가’라고 질문하면 대부분 대답이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며 “행복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독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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