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SF소설 ‘젊음의 나라’ 펴낸 손원평
“노인이 대다수 된 근미래속 청년… 아이들의 미래 생각하며 소설 써
젊은이들, 감당할게 많다 느낄수록… 연금-노인 혐오 같은 문제 더 심각
미래 미리 살피고 논의할 재료되길”
최근 신작 장편소설 ‘젊음의 나라’를 낸 손원평 작가. 신간은 글자 크기를 키우고 표지 디자인도 바꾼 청소년판을 따로 냈다. 손 작가는 “세대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청소년들도 해봤으면 좋겠다”며 “이 소설을 전 세대가 읽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원평 작가 제공 ⓒchannelyes
소설가 손원평(46)의 첫째 딸이 초등학교 고학년일 무렵이다. 딸이 학교에서 사회 시간에 저출산 고령화에 대해 배웠다. 딸은 앞으로는 한국이 ‘노인이 많은 나라’가 될 것이며, 자신들이 크면 위 세대를 부양해야 한다는 걸 어렴풋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손 작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첫째와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나는 크면 이 나라 떠날 거야!”라고 말하는 걸 듣게 됐다. 작가로서의 레이더가 반짝인 순간이었다.
8일 출간되는 장편소설 ‘젊음의 나라’(다즐링)를 쓴 그를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작품은 노인이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근미래 한국이 배경. 노인 대상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29세 청년의 모습을 그렸다. 손 작가는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듣고 이 사회의 변화가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버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늦기 전에 세대 간에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젊음의 나라’는 국내에서만 150만 부 이상이 팔린 장편 ‘아몬드’를 비롯해 ‘서른의 반격’ ‘튜브’ 등 베스트셀러를 쓴 손 작가의 첫 공상과학소설(SF)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있는 이야기를 미래라는 시점으로 옮겨서 그려본 것뿐”이라며 “친한 사람들에게 미리 보여줬을 때도 SF라고 생각하지 않더라”고 했다.
그만큼 소설이 묘사하는 고령 사회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작품에서 청년은 “내 삶이 나이 든 누군가를 살리는 수혈 팩에 든 피 같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노인의 나라’라고 해서 노인들은 다 살 만한 건 아니다. 경제력에 따라 A부터 F까지 세분화된 노인시설에서 생활하는데, B등급 아래로는 인간이 아닌 로봇의 서비스를 받는다. 가난한 노인일수록 외로움을 달랠 수단이 마땅찮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는 미래 일자리, 메타버스, 노년의 삶, 조력 죽음에 대한 책을 두루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사회가 품은 여러 씨앗이 발아하고 뻗어 나갈 때 어떻게 얽히고설킬지를 상상했다. 그는 “정책을 연구하는 마음으로 썼다”며 “여기까지는 이럴 것 같고, 여기서부턴 이럴 것 같고, 말이 되는지 혼자 따지다 보니 어려웠다”고 했다.
그럴 때 힌트가 된 건 아이들이었다. 14세, 6세 딸을 둔 손 작가는 “아이들이 컸을 때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가 작품의 씨앗이 됐다”며 “아이가 있는 건 세상을 보는 렌즈가 더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제게는 제 세대의 렌즈 외에도 중학생 세대의 렌즈가 하나 더 있는 거죠. 심지어 아이들끼리도 여덟 살 터울이다 보니 세대 차이가 나요. 첫째가 둘째한테 ‘나 때는∼’ 하거든요. 어린이용 렌즈도 하나 더 있는 셈이죠.”
손 작가는 앞으로의 세상은 세대 갈등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세대 갈등이야 늘 있었지만, 인구 구조가 역피라미드가 되면 청년은 그 자체로 소수자가 된다”며 “젊은이들이 감당할 게 많아진다고 느낄수록 연금, 노인 혐오 같은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누구든 한 나이대에만 머물러 있지 않아요. 저 역시 점차 나이가 들면서 지금은 싫어하는,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세대에 속하게 될 거예요. 지금은 모르기 때문에 그냥 타자화하지만 이 소설이 나의 세대와 미래 세대, 나이 든 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미래를 미리 살피고 모든 세대가 논의할 수 있는 재료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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