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여름날. ‘버럭 할머니’가 아침부터 큰소리로 호통을 친다. 아기 달팽이들은 그저 할머니 텃밭에서 야들야들한 상추 잎을 살짝 맛봤을 뿐인데. 화가 머리끝까지 난 버럭 할머니는 달팽이들을 모조리 잡아 없애 버리겠다고 한다. 달팽이들도 기세를 모아 총력전에 나선다. 나뭇가지를 모아 새총을 만들고 ‘마법 열매’를 잔뜩 모은 것. 할머니는 잠시 숨을 고르나 싶더니 아기 달팽이들을 척척 잡아서 휙휙 내던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만 할머니의 입으로 보라색 열매 하나가 쏘옥 들어가고…. 할머니는 오간 데 없이 웬 어린이가 달팽이들 앞에 선다.
어려진 할머니를 어쩜 좋을까. 달팽이 마을에 난리가 났다. 이에 ‘달팽이계의 메리 포핀스’ 달평 씨가 어려진 할머니를 돌보기로 한다. 어린이가 돼서도 “재미있는 게 없당게!” 화만 낼 뿐 도통 신나게 놀 줄 모르는 할머니. 결국 달평 씨의 손에 이끌려 뒷산 계곡으로 간다. 차츰 마음마저 어린이가 되며 시원한 계곡물로 풍덩 뛰어드는 할머니. 어린 독자에게도 어른 독자에게도 짜릿한 해방감을 안긴다. 모든 순간이 새롭고 즐거운 어린 시절의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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